동백의 붉은 빛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그 붉은 빛이 동백의 사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동백이 사랑한 것은?
아마도 그게 계절 겨울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겨울은 빗장을 닫아거는 계절입니다.
집들의 창은 모두 닫히고 커튼은 두껍게 내려집니다.
겨울은 대개의 사람들에게 인고의 세월이죠.
그저 춥고 괴로와서 빨리 벗어나고픈 계절이랄까요.
그러니 사랑하기에는 참 어려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그런 계절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동백이 바로 그런 운명의 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사랑은 힘겹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랑은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더더욱 뜨겁고 붉습니다.
그 뜨거운 사랑이 겨울을 녹이면
겨울도 자신을 버리고
가끔 겨울 추위 속에 며칠간의 푸근한 날씨를 끼워넣게 됩니다.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자신을 버리고 마는 거지요.
그럼 동백이 한겨울 속에서도 꽃을 피우곤 합니다.
그것도 아주 붉게.
올해도 아마 한기가 쌀쌀하게 남아있는 겨울의 끝자락에서
여수의 동백섬이나 고창의 선운사에선 동백이 피기 시작했겠지요.
언젠가 동백이 무리지어 모인 그런 동백숲에 가보고 싶습니다.
모든 꽃들이 따뜻한 봄을 환호할 때,
여전히 겨울을 그 속에 품고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 앞에 서서
나도 뜨겁게 활활 물들었다 오고 싶습니다.
12 thoughts on “동백 2”
동백꽃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김유정님의 소설.^^
책으로 읽었을때도 재밌었지만 김동화님 만화로 읽었을때도 무지 재밌었죠.
동백꽃 툭툭 떨어지는 나무 아래 누워보고싶다는 생각이.ㅋㅋ
그럴려면 여수 오동도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거긴 동백나무 바로 아래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데
선운사는 철조망으로 막아놓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인터넷 뒤져보니 남해쪽으로 해안에 동백숲이 있다는 얘기도 있네요.
제가 본 동백 중에 제일, 말마따나 고와요.
동백하면 역시나 ‘툭, 다 버림의 미학’인 것 같아요.
선운사갔을 때 그 풍경을 보긴 봤었죠.
제목으로 아주 좋네요.
‘툭 다 버림의 미학’이라.
사진 찍어온 뒤에 그걸 글로 풀어보고 싶어졌어요.
조용한 동백나무 숲에, 마침 전날 비도 내려준 날,
아침 일찍 동백숲에 도착했는데,
지난 날 내린 비로 동백꽃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여기 저기서 툭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어요.
가슴 밑바닥까지 그 울림이 전해오는게…
버림의 미학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그때 기억이 나네요.
온전히 다 버릴 수 있다는 거,
생각만해도 찬란하게 멋지고, 왠지 슬프고 그래요.
툭 툭 떨어지는 소리 언제 꼭 듣고 싶은 걸요.
글로 풀어주신다 하시니, 영광입니다.
난 동백을 보면서 활활 붉게 타오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만개한 동백을 보지 못해서인지…
아님 동백의 저 녹색이 너무 짙푸르러서 그런건지…
나는 동백의 붉은 꽃보다 동백의 저 짙푸른 녹색이 참 좋더라.
난 짙푸른 녹색과 붉은 색이 그리 잘 어울리는 꽃을 별로 본 적이 없는데… 동백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찍은 동백은 활활 불타오르는 붉은 색 같은데.
지금가면 졌겠다, 저 동백은.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에서 찍은 거라서 지금쯤은 졌을 거 같아.
동백은 군집을 이룬 곳은 그렇게 많지는 않더군.
사진은 꽃을 부각시키니까 그렇지 실제로는 큰 동백나무에게는 어울리지 않게 꽃송이가 참 작다는 느낌이야.
그래서 불타는 동백나무…라는 게 잘 연상이 안돼.
오히려 동백꽃이 송이채 뚝뚝 떨어져 있을 때가 더 붉다는 느낌이 들더라구.
난 작아도 꽃속으로 들어가는데
그대는 넓고 무성한 잎사귀에서 노는 군.
아마도 그건 카메라 렌즈의 차이? ^^
하긴 30mm 렌즈로는 꽃속으로 들어가는데 한계가 있지.
그러고 보니 105mm 마이크로렌즈로 찍은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