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과 숙녀, 벌레와 새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2일 우리 집 넝쿨장미 속에서


벌레의 이름은 무당벌레이다.
그런 이름을 얻게 된 연유는 그 벌레를 마주한 순간 짐작이 간다.
무당벌레는 빨간색에 검은 점을 점점이 찍은 문양으로 치장을 하고 있다.
무당들이 입는 화려한 옷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벌레의 이름이 영어로 어떻게 되나 알아보면
우리가 부르는 이름과는 전혀 공통분모를 갖지 않는다.
그 벌레의 이름은 이제 레이디버드(ladybird)가 된다.
다른 건 무시하고 그냥 그 이름을 구성하고 있는 영어 단어를 분절해보면
그 이름은 ‘숙녀새’가 되는 셈이다.
무당이 숙녀가 되었고, 벌레는 새로 바뀌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그 레이디는 숙녀가 아니라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벌레를 먹어치워
농부들에게 고맙기 그지없는 벌레가 바로 무당벌레였고,
벌레의 이름에 대한 유래를 존중하여 풀이를 하자면
그 이름은 “성모 마리아가 보내준 새”가 되는 셈이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의 천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사람들에겐 고마운 벌레이다.
그 무당벌레는 어떤 경우엔 그 겉모습에서 이름을 얻었고,
어떤 경우엔 그 이로움으로 이름을 얻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2일 우리 집 넝쿨장미 속에서

8 thoughts on “무당과 숙녀, 벌레와 새

  1. 첫번째 무당벌레, 그러고보니 양갈래로 난 잎사귀가 날개 같이 새로 보여요^^
    까망 땡땡이도 선명하니 잘 나왔어요.
    저도 근래 무당벌레를 여러번 만나서 찍었는데,
    희미하게 나와버렸다는~ (요즘 곤충사진 하나둘 찍어 모으고 있어요.)

    ps, 두 분 여행길이 앞으로 ‘출사’가 되시겠어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즐겁잖아요.
    그 즐거움으로 두 분 다 더 좋은 사진 찍으시겠어요.

  2. 무당벌레의 영어명이 숙녀새라니..^^
    어제 새로 시작한 인간극장 내용이 무당이 되어야만했던
    인기 연예인이라던데 유선방송 기사님들이 선을 잘못 만지고 가서
    저녁내내 티비를 못봤어요.
    나중에 와서 제대로 꽂아 나오긴했지만 이미 끝난후.
    자신이 무당이 되지 않음 아들에게로 되물림 된다는말에
    무당이 되어야했던 아픈 사연이라던데.
    저같아도 아들에게 그런 병이 옮지 않게하려면 무슨짓이든
    할거같아서 관심이 갔어요.
    얘기가 딴데로 흘렀나요?^^

    1. 딴데로 흐르긴요.
      얼굴 익히고 나면 그냥 이런저런 얘기 나눌 수 있는게 댓글인 걸요.

      집사람은 이번에 DSLR이 하나 생겼어요. 펜탁스 K100이란 기종입니다. 선물받은 거라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 둘 다 큰일났어요. 두 사람이 다 카메라를 들고 설쳐대게 생겼으니 말예요.

  3. 고운 무늬를 보고 한쪽에서는
    ‘무당’ 한쪽에서는 ‘Lady’ (성모) … ^^

    보는 시각에 따라 참 재밌네요.

    여담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많이 비슷한것도 있다고 하더군요.
    ‘칼치 – Swordfish’
    중국어와 러시아어도 刀에 관련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1. 언제 바다에 가면 칼치도 한번 찍어와야 겠어요.
      칼로 바닷물을 베면서 다니는 고기라고 사진 캡션을 달아야지.

      무당벌레는 역시 벅스 라이프의 ‘프랜시스’가 한 미모 과시했었죠.
      집에서 꼼짝을 못하다 보니 매일 장미만 들여다보다가 그속에서 무당벌레를 만났어요.
      무당벌레 말고 풀잠자리도 많이 찾아온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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