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사랑 7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8일 우리집에서

우리 집의 넝쿨장미는 꽃을 매단 가지가 너무 가늘어
종종 꽃으로부터 채 손가락 두 마디를 지탱하지 못하고
줄기가 부러져 있곤 합니다.
굵은 가지 끝에 꽃은 딱 한송이만 매다는 일반 장미와 달리
가지 끝을 여러 개로 나누어 꽃송이를 대책없이 주렁주렁 매다는 습성도
가지가 부러지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가지가 부러지지 않으면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을 하나 둘 날려보내면서 꽃의 시절을 정리하기 때문에
결국은 아무 것도 없는 꼬투리만 남게 되지만
가지가 부러지고 나면
장미는 꽃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한채 말라버립니다.
물론 색깔은 다소 진해집니다.
색깔이 진해진 건 사랑을 농축시켜 우리 곁에 남고 싶었던 장미의 열망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자구요.
그렇게 가지끝에서 마르면 장미는 이제 붉은 과일로 주렁주렁 열려있는 느낌이 납니다.
올해는 그렇게 가지가 부러져 그대로 말라버린 장미 송이를 하나 둘 따서 모았습니다.
모은 뒤에 흰천 위에 잘 눕혀 보았더니 마른 장미는 또 다른 꽃이 되었습니다.
매해 바람이 가지를 뒤흔들어 가지에 매달린 모든 것을 털어낼 때까지 그냥 두었는데
올해는 마치 과일 따듯 마른 장미를 하나하나 모았더니
그것으로 또 다른 꽃을 피우고,
또 장미로 가득찬 달님이나 하트도 만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사랑도 장미 송이처럼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를 낳았을 때 푸석한 그녀의 얼굴에서 사랑이 보이고,
감기로 아픈 몸을 이끌고 아침상을 차려주었을 때도 또 사랑은 보였을 것입니다.
그런 순간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시고
그때그때 모두 적어놓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사랑을 느낄 때마다 사랑의 과실을 하나 둘 따두는 거죠.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 우리들 사이에 과연 사랑이란게 있을까 싶어 서글퍼질 때
그 과실들을 꺼내보면 어떨까 싶어요.
아마 마른 장미처럼 그때의 형상 그대로 잘 말라 있을 거예요.
사랑은 부패하진 않는 거 같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시구요.
그리고 그걸 하나 둘 내려놓고 늘어놓다 보면
아마도 하나 둘, 마른 장미 송이를 모아
장미로 가득한 꽃을 만들고, 또 장미로 가득한 달님이나 하트를 만들 때처럼
사랑으로 가득한 우리의 지난 삶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9일 우리집에서

6 thoughts on “장미의 사랑 7

  1. 우와~~~멋져요^^
    근데 저건 포레스트님 작품 아녜요? 넘 여성스럽잖아요.^^
    아..정말 지난번 산새마을에서의 그 어머님처럼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분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몰라요.
    편안한밤 되세요.^^

    1. ㅎㅎㅎ
      옆에서 제가 뭐하냐고 했지요.ㅎㅎㅎ

      갑자기 흰 천이 필요하다고 하더니 덮고 자는 이불을 깔고 저걸 쫘~악 깔아놓고 있는거예요.
      그것도 꺼내서 덮은지 이틀된 여름 이불을요…
      그래서 제가 뭐하는 짓이냐 하려다 조금 말을 순화해서 뭐하냐… 했다지요.^^
      예술^^을 하겠다는데… 그 정도는 참아줘야지요.

      그러더니 저 이불을 저녁에는 그냥 덮고 자자고 하는거예요.
      그래서 그건 절대 안된다, 하고 빨아버렸지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