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함께 영화 <왕의 남자>를 보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로 마지막을 장식하며
영화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 세상엔 노는 일과 사는 일이 있다.
나는 처음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는
다소 심기가 불편했다.
내가 알고 있는 광대의 속성은 노는 것인데
영화는 마치 광대의 속성을 사는 일,
보다 구체적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먹는 일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 배떼기의 포만이 광대의 꿈이 될 수 있으리오.
광대는 그의 삶을 노는 것에 걸 수밖에 없는 숙명의 존재이다.
영화는 불편했던 내 심기를 마지막 순간에 깨끗이 걷어주며
목숨을 걸고 노는 두 광대의 정지된 영상으로 막을 내린다.
세상에 놀면서 배를 불릴 수 있는 경우는 없다.
그 놀다는 할 일없이 빈둥거리다가 아니라
광대의 꿈으로서의 놀다이다.
광대는 신나게 놀면서 그 놀이를 통하여 살려고 한다.
즉 자신의 놀이를 통하여 돈과 음식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돈과 음식은 종종 광대의 놀이를 옭죄는 억압이 된다.
세상은 돈과 음식으로 광대의 놀이를 앗아가려 한다.
그래서 광대의 삶은 놀다와 살다 사이의 긴장과 갈등으로 점철된다.
700만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이 불가사의하다.
내가 알고 있기에 세상 사람들은 돈과 음식은 알지만
광대의 놀이가 갖는 그 숙명은 모르기 때문이다.
혹 세상 사람들은 돈과 음식에 제 스스로 짓눌리면서도
그 무의식의 깊은 곳에 광대의 놀이에 대한 욕망을 암암리에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가 알게 모르게 그 무의식을 건드리고 있는 것일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 영화로 그 동안의 빚진 돈을 다 갚았다는
영화감독의 인터뷰 기사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혹 영화감독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 중에 이렇게 말하는 인간도 있지 않을까.
–야, 니가 지금 이렇게 살만하게 된게 누구 덕인줄 알어?
내가 말하는 광대의 놀이를 옭죄는 현실은
항상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런 인간들에 대한 광대의 대답인 셈이다.
광대는 노는 것에 목숨을 걸지
돈과 음식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우리도 생활을 훌훌 털어버리고,
한달 동안 신나게 놀아보세!!!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편집이 반박자씩 느리다는 느낌이 그 아쉬움 중에서 가장 컸다.
영상도 상당히 거칠게 느껴졌다.
영화 자체로 보면 좋은 대본 때문에 재수좋게 살아남은 영화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구, 뛰어난 감독이 다시 만들었으면 좋겠다.
좀 대본이 아깝다.
9 thoughts on “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 영화 <왕의 남자>”
난 아직도… 설연휴조차도 극장한번 못가고… 부러워요~
나도 극장가서 영화를 늠흐늠흐 보고싶어요.
바쁜가 보네요.
우리는 언젠가 설 때 단양으로 내뺐다가 돌아온 적도 있어요.
고수동굴이랑 이것저것 돌아보았죠.
그것도 기차타고.
이번 설에는 영화를 두 편 볼까 하다가 한편만 보고 말았어요.
둘이 하루 종일 아침 조조부터 영화 세 편을 보면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죠.
물론 종로와 충무로의 이 극장 저 극장을 돌면서.
그러나 역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데 영화는 하루에 한편을 보는게 가장 좋았어요.
세 편을 보았더니 정작 기억나는 것은 한편밖에 없더라구요.
늦었지만 새해 건강하세요.털보형님 가정에 일년내내 행운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고마워요.
새해 복많이 받아요.
오늘 남한산성은 우리 둘만 갔다 왔어요.
저도 두 주 전에 이 영화를 아내와 함께 봤는데..
영화 보고 나오면서 아내와 했던 말,
<이거 6백만이 몰릴 만한 영화 맞어?>엿던 것 같습니다.
제 느낌엔 웬지 영화 속 광대나 궁궐, 마을 풍경이
연산군 때가 아닌 몇 십 년 전 풍경마냥
거칠게, 서툴게 보였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보다 <스캔들>이 훨~ 낫다는 생각도 했구요.^^
명절 연휴엔 어디 좀 다녀오셨나요?
오늘 남한산성에나 올라갔다가 오려구요.
처가댁에 갔다 오다가
영화표 끊고 기다리려구 올림픽 공원에서 시간보내며 사진 몇장 찍은 것이 명절날 어디간 전부네요.
내일 아이가 할머니랑 일본으로 여행가기 때문에 2월달에 둘이 어디로 떠나려구요.
편집이 반박자씩 느리다는 건…
밥을 삼킬 때마다 보리쌀이 입안에서 걷돌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뭐 그런… 그래서 자꾸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더라.
영상이 거친 건… 아무래도 아깝다.
딸을 눈멀게 하는 소리꾼의 얘기를 다룬 서편제의 경우도
내용으로만 보면 거칠디 거친 천한 이야기임에도
영상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더러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영화는 넘 아깝다.
특히 줄타는 장면은 좋은 영상의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장면만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무지 아깝네…^^
허나… 설연휴로 인간다반사^^ 속에서 만나고 헤어져야 했던 얼기설기 얽힌 인간사에 시달리다 이 영화를 설연휴 마지막으로 본 건 무지 잘한 일이다.
스트레스 확~ 날아가는 느낌… 그리고 머리 속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그 느낌 알쥐~~^^::
그 느낌 연장하는 의미에서 등산갑시다~~~
일해야 하는데 왜 자꾸 꼬셔.
광대는 줄타기로 놀고, 나는 글로 논다.
그러나 광대도 먹어야 살고, 나도 먹어야 산다.
그 경중을 가릴 수는 없으나 먹고 사는 것을 자꾸 입에 올리며 노는 것의 무게는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 것들에게 영화는 절규하듯 외치고 있는 듯했다.
에라, 모르겠다.
어디 높은 산에 가서 마치 줄타기 끝에 날아오른 그 두 광대처럼 높이를 얻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