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가족

Photo by Kim Dong Won

꽃의 이름은 아부틸론(Abutilon)이라고 한다더군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브라질 남부가 원산이라고 되어 있었어요.
생긴 게 이국적이라 어디 다른 나라에서 왔겠거니 짐작은 했지만
정말 멀리서도 왔네요.
영어로는 Flowering Maple, 즉 꽃단풍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는 Velvet Leaf, 즉 우단잎이라고 하기도 한답니다.
이름으로만 보자면 아마도 사람들은
이 꽃의 꽃잎이 벨벳 같다고 느낀 것 같아요.
또 모양은 단풍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구요.
꽃을 키우는 사람들 얘기에 따르면
실내에 둘 경우 2월말쯤 꽃이 맺힌다고 하네요.
때로 봄으로 걸음하던 푹하던 날씨의 수은주를 끌어내리며
바깥에 눈발을 흩뿌리는 날이 있기도 하지만
일단 이 꽃이 꽃을 피우면
아하, 이제 봄이 머지 않았구나를 느낄 것 같아요.
올해는 동네의 아파트촌에서 이 꽃을 찍다가
지난 가을에 말라버리지 않았을까 싶은
이 꽃의 지난 흔적을 발견했죠.
꽃은 하얗게 탈색이 되어 있었어요.
꽃의 가장 놀라운 점은,
오늘과 어제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막 피어난 꽃몽오리와 다 피어난 꽃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한 자리에 모여있곤 하죠.
그러니까 꽃은 피면서
제 어릴 적 모습을 바로 옆에서 돌아보고,
또 앞날도 미리 함께 할 수 있는 셈이예요.
유년의 자취나 젊은 날의 흔적,
또는 마감한 삶의 여정이 모두 한자리에 있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꽃이 아니어서
그런 호사는 누리질 못하는 것 같아요.
그저 현재만 우리에게 주어질 뿐,
흘러간 과거나 앞으로 올 미래는
우리의 오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바로 그래서 우리가 가족을 꾸리는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의 오늘은 어찌보면 나의 과거죠.
할아버지 할머니의 오늘은 나의 미래이기도 하구요.
그러고 보면 가족은
오늘만 있는 나의 삶에 과거와 미래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꽃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단란한 가족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네요.
만약 그렇다면
아무래도 꽃을 가꾸듯이 가족을 가꾸어야 할 것 같아요.
올해도 세상에 가족이란 이름의 화원에서
밝고 고운 꽃들이 많이 피었으면 좋겠어요.

Photo by Kim Dong Won

2 thoughts on “꽃과 가족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