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과 가로등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3월 28일 일본 도쿄의 아사쿠사바시에서

꽃이 피면 더이상 가로등은 길을 밝히려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가로등은 꽃만 밝힐 뿐이었다. 때문에 밤이 되면 가로등이 밝힌 목련만 환했다. 홀린 듯 걸어가 목련 앞에 서게 된 연유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곳이 꽃만 밝고 다른 곳은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었다. 꽃이 다시 가로등 대신 밤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련이 밝힌 밤이 환했다. 가로등이 꽃을 밝히면 그때부터 꽃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