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와 산수유의 봄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4월 15일 서울 남산에서


개나리는 봄을 노랗게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노란 봄을 노랗게 마무리하죠.
산수유도 봄을 노랗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산수유의 노란 봄은
빨간 가을로 마무리가 됩니다.
산수유는 가을에 빨간 열매를 맺기 때문입니다.
개나리와 산수유의 노란 봄은 여러 번 보았는데
산수유의 빨간 가을은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산수유 마을에 들른 것이 모두 봄이었습니다.
한번은 전남 구례였고, 또 한번은 경기도 이천이었습니다.
개나리는 흔한 꽃이지만
창덕궁의 낙선재와 어느 해 삼각산을 내려오다
어느 절의 어귀에서 마주했던 개나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언제나 개나리는 봄에 만나 노란 봄으로 그 만남을 마무리짓습니다.
산수유는 그와는 좀 다릅니다.
아무래도 노란 봄으로 만났던 그 추억을 잘 간직해 두었다가
나중에 그 자리를 다시 찾아 빨간 가을을 챙겨주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만남이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빨간 가을은 못챙겨주고 살고 있습니다.
지나치면서 꽃구경할 때는 좋았는데
산수유의 가을을 빨갛게 챙겨주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물론 내 대신 그곳의 마을 사람들이 잘 챙겨주고 있겠죠?
그곳 사람들은 내겐 그러고보면
내가 산수유의 노란 봄을 챙겨갖고 떠난 뒤
매년 그곳에서 잊지않고 산수유의 빨간 가을을 챙겨주는 사람들입니다.
나중에 들르면 동네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도 챙겨야 겠습니다.

**삼각산은 북한산입니다. 난 삼각산이란 이름이 더 좋아서…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4월 10일 이천 산수유 마을에서

9 thoughts on “개나리와 산수유의 봄

  1. 올해는 그 빨간 가을을 볼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집의 바로 옆 놀이터에 산수유를 심어놔서
    올해도 산수유의 노란 봄은 어김없이 마중하고 있습니다.

    1. 실제로 사진에선 카메라가 엄청난 몫을 차지해요.
      저는 사진 잘 찍으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그냥 좋은 카메라사면 되지뭐, 하고 답하는 걸요.

  2. *그러고 보니 산수유 마을에 들린 것이 모두 봄이었습니다.

    *나중에 들리면 동네 사람들에게 고맙습니다하고 인사도 챙겨야 겠습니다.

    ————-
    들리다
    ->들르다

    ㅎ 동원님, 저도 들리다로 자주 썼는데 오마이 편집부에서 ‘들르다’로 바꿔줘서
    그 뒤론 안틀리는 단어에요.

    ‘들른 것’
    ‘들르면’으로 고치셔요.^^

  3. 노란 봄, 빨간 가을
    어느 대상에 색상을 갖다붙이는 게 좋으네요.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서울갈 듯,
    바쁘시면 잠깐이라도 시간내주셔요. ^.^

    1. 그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마쳐야 해요.
      출판사에서 독촉 전화 왔거든요.
      블로그로 하루하루 잠깐씩 여행 떠나고 있어요.
      도루피님 댁에 갔더니 해넘이를 집에서 볼 수 있더군요.
      그것만 해도 큰 여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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