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6월 11일 서울 천호동에서
아파트 마당에 살구나무가 한 그루있다. 나무의 살구가 익었다. 한눈에 이 나무를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매실나무인가 했다. 꽃이 피었을 때 매화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매화와 살구꽃은 아주 흡사하다. 다만 피는 시기가 다르다. 매화가 먼저 피고 살구꽃은 좀 늦다. 하지만 늦은 매화가 이른 살구꽃과 뒤섞여 필 때도 있다. 함께 피어 있으면 쉽게 구별이 되질 않는다.
매화와 살구꽃을 구별하려면 꽃을 아주 가까이서 들여다 보아야 한다. 꽃의 뒤를 받치고 있는 꽃받침이 꽃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매화이고 뒤로 떨어져 서 있으면 살구꽃이다. 멀리선 알 수가 없다. 다만 매화는 흰색에 가까운데 살구꽃은 엷은 분홍빛이 비치는 느낌이 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매화보다 살구꽃이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꽃이 지나치게 예쁜 느낌이 들었다면 살구꽃이다.
꽃필 때 구별을 못했다면 열매가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다 익었을 때의 열매도 비슷하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면 살구나 매실이나 똑같아 보인다. 매실도 내버려두면 노랗게 익는다. 살구인지 매실인지는 과일을 벌려 씨를 빼보아야 한다. 살구는 씨가 쏙 빠지는데 매실은 씨에 과육이 붙어 있다. 나는 아파트 마당의 나무가 살구나무인지를 열매가 열리고 땅에 떨어진 그 열매를 벌려 보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때로 나무의 이름을 열매가 책임질 때가 있다. 우리 아파트 마당의 살구나무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