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6월 6일 경기도 이천의 경사리에서
어릴 때는 내가 자라던 강원도 영월의 산골 마을에선 해마다 예외없이 제비를 볼 수 있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수다가 많은 새였다. 제비가 찾아오면 봄이었다. 호박씨를 물어다 주는 제비는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올 때마다 잊지 않고 봄을 물고 왔다. 이제는 시골에서도 자주 볼 수가 없는 새가 되어버렸다. 운좋게 이천의 경사리란 마을에 들렀다가 간만에 제비를 만났다. 그 옛날의 수다는 여전했다. 마을 사람에게 얘기를 들으니 아랫 동네로는 제비가 찾아 오는데 윗동네로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아랫동네는 옛동네이고 윗동네는 새로 들어선 집들로 이루어진 동네이다. 마을에 유난히 새가 많았다. 마을을 거니는 동안 뻐꾹이 울음소리를 들었고 모를 심고 물을 댄 논에선 백로가 걸어다니고 있었다. 한때 마을의 나무를 백로떼가 완전히 하얗게 뒤덮었다고 했다. 이름을 모르는 새들도 노랫소리로 사람을 반겨주었다. 이천의 경사리는 꽃필 때의 산수유가 좋은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꽃의 시절을 지나 유월에 찾은 마을은 새가 있어서 좋은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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