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의 맥주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6월 12일 서울의 우리 집에서

다들 일단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이 가장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우리를 비틀거리게 해주는 것이 가장 사랑받는다. 맨정신으로 비틀거린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맨정신은 비틀거리던 걸음도 똑바로 걷게 만들려 한다. 맨정신엔 누군가의 부축도 기대하기 않게 된다. 때문에 우리는 맨정신엔 혼자 비틀거리게 된다. 알고 보면 우리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것이 아니라 술에 기대어 비틀거린다. 술은 비틀거리는 우리의 걸음을 부축하며 비틀비틀 함께 걸어준다. 가끔 냉장고에 맥주를 가득 채워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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