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들의 자유와 질서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8월 2일 우리 집의 내 방 책상에서

깔끔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심란해질 정도로 책상 위의 선들이 어지럽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얽혀있는 데도 이들 선들이 구분하여 보내는 신호는 한 번도 얽히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10개의 포트를 가진 USB 허브 두 개가 또다른 USB 허브 하나를 거쳐 내 노트북으로 온갖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들은 언제나 질서 정연하다. 온갖 광학기기와 외장하들이 이들 선을 통해 내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전송한다. 때로는 아이폰으로 보내는 충전 전력이 이들 선 중의 하나를 통하여 전송되기도 한다. 선들은 이리저리 얽혀 어지러워 보여도 보내야할 신호는 헷갈리는 법이 없다. 나는 이 어지러움 속의 질서를 아주 좋아한다. 선까지 깔끔하게 줄을 서야하는 잘 정리된 질서는 내 생리에 잘 맞질 않는다. 나는 선들을 방치하면서 제 멋대로 놓을 수 있는 자유를 얻고 노트북으로 들어오는 신호의 정확함 속에선 질서를 얻는다. 책상 위에 무질서 속의 질서가 있다. 자유와 공존하는 질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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