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막차의 뿌듯함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9월 21일 서울 길동에서

만나면 좋은 사람들과 종로3가에서 술을 마셨다. 원래 이곳에서 늦게까지 술마시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 우리도 3차까지 가면서 늦은 시간의 술자리에 우리의 머릿수를 보탰다.
반가운 마음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많았고 서로 말하고 듣다 보니 시간은 오늘을 다 보내고 내일로 넘어와 버렸다. 원래의 계획은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가는 것이었지만 그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밤새도록 다니는 버스가 있다. 서울은 심야에만 움직이는 버스가 있다. 밤이 깊어지면 그 버스가 움직인다. 그 버스가 다닐만큼 밤은 깊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버스를 타려면 을지로 입구까지 가야 한다.
일행이 바래다 주겠다고 해서 종로3가의 횡단보도를 건너 걸어가고 있는 데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오는 370번 버스가 보였다. 엇, 저 버스 우리 동네 스쳐가는데. 잽싸게 버스 옆으로 뛰어가 이거 길동사거리 가나요 하고 물었고 버스기사님으로부터 간다는 답을 들었다.
황급히 손을 흔들어 일행과 작별을 하고 버스에 올랐다. 사람이 많았다. 서서갔다. 다행이 사람이 내려 곧 앉아 갈 수 있었다. 처음엔 빈자리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버스 전체의 모든 공간을 거의 빈틈없이 사람으로 채우고 있던 버스는 아차산부터는 서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길동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갈 결심이었다. 하지만 밤 1시를 넘긴 그 시간의 정류장 전광판에 집의 코앞까지 가는 3413번 버스의 막차가 온다고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정류장에서 일어나 시선을 멀리까지 보내 오는 막차를 마중했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온 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버스 막차를 타고 집에 오긴 처음이다. 내가 내릴 때 버스에 세 사람의 승객이 남아 있었다. 시간은 밤 한 시를 넘기고 있었다. 악착 같이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온 날은 술자리의 뒤끝이 상당히 뿌듯하다. 택시비를 아꼈다는 것에서 온 뿌듯함이다. 지하철도 다 끊긴 늦은 밤의 시간에 막버스를 타고 집에 오니 그 뿌듯함이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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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버스 막차의 뿌듯함

  1. 택시비를 아끼면 다음 할증 택시비를 낼 때까지 뿌듯함이 충만하죠. 그나저나 여전히 청춘이십니다. 막버스를 타면 청춘이니까요. 흔들리지 않게 사진을 찍으니까요. 저는 용기가 없어 막버스 대신 컬택시를 탑니다.

    사족. 김주대 시인 근황도 알려주세요. 예전에 김주대 시인의 시집을 몇 권 가지고 상하이에서 나눠준 적이 있거든요.

    1. 저도 주대 시인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요. 그래도 페이스북에 하루하루 근황이 올라와서 소식은 매일매일 듣고 있습니다. 과음해서 집에 온 뒤에 뻗기는 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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