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27일 서울 천호동의 전집 신가네에서
호박전을 시켜놓고 술을 마셨다. 원래의 호박은 길고 둥근 몸을 가졌을 것이다. 주방의 아주머니는 자신들이 밭에서 직접 키운 호박이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호박을 잘랐을 것이고 갓 잘랐을 때의 호박은 둥근 보름달로 몸을 바꾸지 않았을까 싶다. 호박 하나에서 많은 보름달이 쏟아졌다. 달이 뜨는 밤이면 그 밤의 달빛을 몸에 새겨 달을 품은 호박이었다.
호박은 갑자기 달빛을 발하기 시작했을 것이나 아주머니는 그 달빛을 우리가 눈이 아니라 입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했으리라. 그리하여 아주머니는 모든 보름달을 반으로 잘랐다. 보름달은 모두 반달이 되었다. 반달은 접시에 쌓여 먹기 좋은 크기의 달빛을 발했다. 두께가 두툼한 달빛이었다.
동네의 술집이었으며 호박전을 시키면 접시에 반달의 달빛을 담아 내주었다. 계란이 입혀진 달빛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났다. 둘이 마주 앉아 더덕을 갈아 넣은 소주 두 병을 마셨다. 술에 취했는지 달빛에 취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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