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0월 21일 강원도 묵호 해변에서
나는 산산히 부서져 모래가 되리라. 그럼 당신은 부서진 내게 당신의 사랑을 새기라. 나는 강인하고 굳건하여 어지간한 힘으로는 내게 사랑을 새길 수 없으나 내가 부서져 모래로 가라 앉고 나면 당신의 연약한 힘으로도 얼마든지 사랑이 새겨지리라. 내가 그리 말했더니 당신은 아니다, 당신이 모래가 되겠다 했다. 아니, 이미 당신은 모래여서 이 바닷가의 모래밭이 모두 부서진 당신이라 했다. 당신에게 내 사랑을 새겼다. 그리고 함께 당신을 걸었다. 부서진 당신에게 새기는 내 마음이 우리의 사랑이었다. 바닷가에 가면 모래 해변에 부서진 당신들이 있었고 그곳에 사랑을 새긴 내가 있었다. 새긴 사랑의 곁에서 하루 종일 파도 소리가 요란했다. 감미로운 음악 같았다. 해변엔 사랑이 있고 음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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