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11월 23일 강원도 대관령에서

봄을 여는 것이 꽃이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잎을 내기도 전에 진달래는 꽃을 내 계절을 분홍으로 채색한다. 산수유는 분홍대신 노란색을 봄의 색으로 선택한다. 벚꽃은 흰색을 고집한다.
초여름엔 철쭉이 피며 장미가 뒤를 잇는다. 하지만 여름은 꽃보다 초록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더위와 맞서 여름 폭염으로부터 우리를 지켜 줄 수 있는 색은 초록이 가장 유효하다.
가을은 코스모스가 나서서 맞지만 가을을 채색하는 것은 꽃보다는 잎이다. 잎들은 초록 일색이던 여름색을 일제히 바꿔 현란한 색의 향연으로 한해 살이를 마감한다. 폭염이 물러간 계절을 잎이 색을 달리하여 갖가지 색으로 채색하면 잎이 꽃의 다른 이름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된다.
겨울에는 가지만 남는다. 하지만 꽃이 없는 계절은 없다. 눈만 내리면 세상 나무들의 빈가지를 꽃으로 채우며 눈꽃이 핀다. 여름숲은 초록으로 넘쳐나지만 겨울숲도 눈이 온 날 잠깐씩 하얀 눈꽃으로 넘쳐난다. 때를 알 수 없지만 막연한 사람들의 기다림 끝에서 몇 번의 눈꽃이 피고, 그러면 겨울이 계절을 넘긴다. 바람이 불면 가지에서 뚝뚝 꽃이 떨어지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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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눈꽃

  1. 아직도 나무가 겨울을 대비하는 비밀을 인간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하네요. 특히 계절의 경계가 헷갈리는 요즘은 더하고요. 그냥 겨울에도 나무에 눈꽃이 핀다는 우리가 아주 현명해 보입니다. 덕분에 대관령에 만발한 눈꽃을 봅니다.

    1. 대설주의보 소식이 들리면 겨울에는 강원도 가는 버스에 한번쯤 몸을 실어야 하는 듯 싶어요. 대관령을 간다는 것이 저에겐 횡계행 버스에 오른다는 소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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