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이 집계한 내가 듣는 음악

애플 뮤직의 캡쳐 화면

여론조사를 한다고 걸려온 전화에 답을 하면 나는 몇 퍼센트로 뭉뚱그려질 일원으로 집계된다. 그 몇 센트 중에 나는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핸드폰에선 수많은 사람들의 하나로 뭉뚱그려질 내가 아니라 오직 나만 집계를 한다. 가령 내 아이폰 속의 건강앱은 내가 최근의 한달 동안 하루 평균 5천보 가량을 걸었다고 알려준다. 내가 핸드폰을 들고 걸을 때 내 핸드폰속의 건강앱은 내 걸음을 하나하나 세어가면서 나를 집계하고 있다.
나를 집계하는 일은 내가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이다. 2022년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음악을 듣고 있다. 애플 뮤직에선 한 해 단위로 내가 들은 음악을 집계하여 무슨 곡을 가장 많이 들었는지 알려준다.
나의 음악 취향을 한눈에 들여다 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난 일이다. 처음 이 서비스를 사용했던 2022년에 내가 가장 많이 들은 곡은 아일랜드의 음악 밴드 코어스의 Black Is The colour였다. 나온지 좀 된 노래였다. 노래가 처음 선을 보인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철지난 곡을 즐겨 듣고 있었다.
2023년에는 미국의 락 밴드 프리티 레크리스의 Rock and Roll Heaven이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은 2021년에 나왔다. 여전히 나는 철지난 곡을 듣고 있었지만 상당히 오래 전에 머물고 있던 나의 음악적 기호가 큰 진전을 이루고 있었다.
2024년의 1위는 놀랍게도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였다. 2022년에 발표된 곡이며 아이브는 우리나라의 걸그룹이다. 내가 K-팝에 반응을 하고 있었다. 상당히 놀라운 일로 느껴졌다.
올해 2025년에는 우리나라의 락 밴드 아일랜드 시티의 “빨강 – 난 유쾌한 당신의 공주를 꿈꾼다”가 1위를 차지했다. 곡은 오래된 것이다. 2006년에 나왔다. 그러나 내 음악적 기호를 장르로 나누어 얘기한다면 단연코 인디락 쪽이다. 아일랜드 시티는 변치 않을 내 음악적 기호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 확인은 아주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옛날에는 음악은 라디오나 음악 플레이어로 듣고 지나가면 그 뿐이었다. 음악은 나를 스쳐 흘러갔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들은 음악은 빠짐없이 집계되어 남고 있다.
얘기의 끝에서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애플 뮤직의 집계는 년도별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종합 집계도 있다. 종합 순위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어 1위에 올려놓은 음악은 미국의 락밴드 포리너의 Double Vision이다. 아주 오래된 곡이다. 이 노래를 들을 때의 나는 70년대에 가 있다. 년도별 1위 곡 중에 종합 순위의 10위권에 들어와 있는 곡은 Rock and Roll Heaven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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