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단상

Photo by Kim Dong Won


누가 나에게 죽어서
무슨 꽃으로 태어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민들레라 답하겠다.
내가 진달래나 장미를 마다하고
민들레로 태어나고 싶은 것은
민들레는 뿌리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고운 색깔로 치면
어찌 진달래나 장미를 따라 갈 수 있으랴.
하지만 진달래나 장미꽃의 운명은
그 꽃을 키운 진달래나 장미의 뿌리에 질기게 얽혀있다.
올 한해 고운 색깔로 피었다 진 진달래와 장미가
다시 땅속으로 돌아가고
그리고 어두컴컴한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뿌리가 빨아들이는 물줄기에
제 색깔을 녹여 진달래와 장미의 줄기를 타고 오르고
드디어 다시 꽃으로 세상에 피었을 때
진달래와 장미꽃은 깨닫는다.
여전히 자신의 자리가 예전의 그 가지 끝이란 사실을.
진달래와 장미꽃에게 있어
뿌리는 그 꽃을 키운 과거.
진달래와 장미꽃은 그 과거를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민들레는 그 과거를 훌훌 털어내고
멀리멀리 날아가
새로운 뿌리를 키운다는 것을.
민들레의 뿌리 또한 꽃이 가는 그 새로운 길을 막지 않는다.
그렇게 난 진달래나 장미가 아니라
민들레로 살다가 죽을 거다.
바람이 불 때,
미련없이 어제를 훌훌 털어내고
오늘을 살거다.

Photo by Kim Dong Won

10 thoughts on “민들레 단상

    1. 하긴 땅에 납짝 엎드린 그 노란 꽃이나 목을 길게 뺀 하얀 모습을 보면 언제나 저절로 눈길이 가요. 말씀대로 장미 못지 않은 듯 싶어요.

  1. 댓글에 댓글 달기가 안되요
    그리고 불여우로 보면 하아악~ 블로그 스킨이… 스킨이… 사라져버렸어요.
    1.0X 버전의 테터가 맥에서 좀 불안정하다더니만… 어떻해요?

    1. Opera를 사용하셔야 해요. 근데 사파리에서도 다 잘되는데. 다만 사파리에서는 위의 글 제목을 한번 누른 뒤에 해야 해요. 그러니까 이번 글의 경우엔 <민들레 단상>이란 제목을 한번 클릭한 뒤에 하면 된다는 말씀. 오페라에선 그냥 아무렇게나 해도 잘되구요. 다들 옮겨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스킨 수정하기도 워낙 편하고.

    2. 혹시 지금 1.0.4로 옮기는 중이예요? 만약 옮기는 중이면 절대로 데이터베이스는 삭제하지 마세요. 1MB도 안될 거예요. 데이터베이스는. 마이그레이션 과정에서 좀 오류가 나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두 군데 정도 에러가 난 부분은 직접 MySQL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서 복사한 뒤에 수정을 했어요. 그러니 옮긴 뒤 다 훑어볼 때까지 전의 데이터베이스는 그대로 놔더요. 전의 것과 새로운 것의 데이터베이스 앞쪽 첨가 문자를 달리하면 상관없거든요.

    3. Firefox에서 안보이는 건 태터의 문제라기 보다 제가 이용하는 호스팅 서버의 문제로 보여요. 그 멍청한 서버가 UTF-8을 제대로 지원을 안하고 있는 것이죠. 그것 때문에 좀 골치가 아퍼요. 무한대 sub-domain을 주는 곳은 이곳밖에 없어서 옮길 수도 없고… 제 맥에도 서버가 구축되어 있는데 거기서 돌리는 태터는 Firefox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거든요. 전국민에게 고정 IP 번호를 하나씩 주던가, 젠장.

  2. 민들레와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하루를 겨우 보냈어요.
    새단장을 해 놓으신 블로그를 보니, 아기자기한 손길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아무리 모양을 바꾼들 뿌리를 털 수는 없는 일.
    그냥 그렁그렁합니다.
    그리고 괜히 이글은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 비밀글로… 제가 술한잔 했거든요. ^^

    1. 과거를 털어내고 싶었던 순간을 여러 번 겪었었죠. 심지어 등단하고 얼마안되어 도저히 원고를 거절할 수 없던 시절에 써주었던 글도 나에겐 털어내고 싶은 과거가 되곤 했어요(영화감독 임권택도 자신의 초창기 영화를 모두 지워버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웃기는 건 털어내고 싶은 그 인연의 사람이 가장 많이 연락을 한다는 것. 학교다닐 때 도움받았던 친척들도 털어내고 싶은 나의 과거죠. 그런게 아주 많아요. 그러나 과거를 털어낸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짓. 그리고 그게 어림없다고 해도 꿈은 꿀 수 있는 것. 민들레는 올해도 과거를 털고 날아오를 테니까. 그때마다 나도 꿈을 꿀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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