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시간

Photo by Kim Dong Won
2026년 1월 2일 서울 천호동에서

밤의 동네 골목길을 걸었다. 하늘이 아직 푸를 때 얼굴을 내민 달이 하늘에 떠 있었지만 높이를 높인 건물들이 앞을 가려 달을 쉽게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골목길도 때로 낮은 길을 버리고 높이를 높인다. 내가 사는 천호동엔 그렇게 높은 곳은 없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작은 언덕이 아니었을까 싶은 곳은 있다. 그렇게 오르막을 올라 골목길에 들어선 뒤에 달을 만났다.
완연하게 둥근 몸이었다. 며칠 전 반쪽의 몸을 봤던 기억이 있다. 달은 빛으로 몸을 채우고 비운다. 확인하니 보름 하루 전이었다. 아직 더 채울 빛을 조금 남겨둔 날이었다. 모레부터는 몸에서 빛을 지워갈 것이다. 열두 번을 채우고 비우면 한 해가 간다. 항상 꽉차서 빛나는 해와 달리 밤마다 몸을 빛으로 조금씩 채우고 비우면서 달이 시간을 밀고 간다.
새해가 왔지만 음력으로 가늠하면 달이 밝혀가는 밤의 시간은 아직 지난 해의 날들이다. 몸을 거의 다 채운 달은 새해가 아직 한달반이나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때로 이미 온 새해를 달이 다시 또 가져다 준다. 낮에 집을 나서 새해의 날들을 걷다 달이 밝힌 지난 해의 날들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달이 해를 바꾸기 전 한달반 여는 올해와 지난 해를 넘나들며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해마다 년초에 새해의 날들이 밝고 지난 해의 날들이 하루를 잠재우는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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