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의 비행, 아니 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1월 3일 경기도 퇴촌의 경안천변에서

고니가 왔다. 매년 겨울 만나는 새이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당과 두물머리, 퇴촌의 경안천 일대에서 만날 수 있다. 팔당의 고니는 팔당대교 아래쪽과 팔당댐 아래쪽의 강을 하얗게 수놓는다. 고니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5호선 지하철을 타고 하남검단산역에서 내려 걸어가거나 팔당역 앞에서 걸어갈 수 있다. 퇴촌의 경안천은 한때 오염이 심하기로 악명이 높았으나 이제는 물이 크게 맑아져 고니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이 되었다. 거리는 멀지만 고니가 자주 공중을 날아 올라 아름다운 비행을 보여준다. 13-2번 버스를 타고 퇴촌까지 가서 걸어가면 된다. 두물머리는 가정천을 따라 흘러온 물이 넓은 호수를 이루며 남한강과 물줄기를 뒤섞는 양수역 바로 앞에서 고니를 볼 수 있다. 양수대교의 중간쯤에서 북한강이 그 긴 걸음을 마무리하는 곳을 기웃거려도 고니를 볼 수 있다. 경의중앙선의 양수역에서 내려 걸어가면 된다. 겨울엔 고니를 보러 자주 나가고 있다.
대개 새들이 날면 우리들이 보는 것은 자유이지만 고니가 날 때 우리가 보는 것은 자유라기 보다 춤에 가깝다. 우리는 발끝을 세우면 몸이 불안해진다. 몸의 균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레리나는 그 불안을 넘어선다. 발레리나는 발끝을 세운 불안을 넘어 아름다운 춤의 세상을 연다. 고니에게 날개를 편다는 것은 공중을 나는 동작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고니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면 하늘엔 자유가 아니라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고니의 비행이 춤에 가까운 이유이다.
고니는 자신의 춤에 어울리는 음악도 갖고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그 곡이다. 이쯤에서 짐작이 가겠지만 고니의 다른 이름이 백조이다. 고니가 물을 헤엄칠 때 우리가 보는 것은 발끝을 세우고 무대를 미끄러지는 발레리나이다. 발레리나는 무대 위를 움직이지 않는다. 무대를 미끄러진다. 고니도 물의 이곳에서 저곳으로 몸을 옮기지 않는다. 고니는 물을 미끄러진다.
다른 새와 달리 고니에게선 항상 춤을 본다. 고니가 날면 귓속에서 그때마다 ⟪백조의 호수⟫가 흐른다. 음악을 부르고 춤의 아름다움을 이 겨울에 펼쳐놓다 가는 새가 고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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