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2월 12일 서울 광화문의 중식당 콴쒸이에서
광화문에 있는 중식당 콴쒸이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였다. 오전의 이른 시간에 영화를 봤다. 빌딩의 지하에 영화관이 있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오다 보면 높이를 자동으로 높여가는 계단의 옆으로 안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그 중식당이 있었다.
내가 여기서 점심 먹자고 했고 그녀가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자리를 잡고 가격을 확인했을 때 마음이 약간 주저스러워 했다. 그녀가 말했다. 짜장면이 만원이나 하네. 다음 말이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고 잠깐 생각을 하는 듯한 그녀에게서 말이 끊겼다. 말이 없던 잠깐의 순간을 마무리하며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여기서 먹자. 그래서 짜장면을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음악이 나왔다. 귀에 익숙한 곡, ‘빌리진’이었다. 빌리진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였지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는 그가 아니라 베로니카 브레이보였다. 노래는 신비롭다. 오래 전의 같은 노래가 부르는 이에 따라 새로운 노래가 된다.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은 1982년에 앨범 ‘스릴러’에 수록되며 세상에 나왔지만 베로니카 브레이보의 ‘빌리진’은 무려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2021년에 싱글로 발매되었다. 우리는 오래된 노래를 새롭게 들었다.
노래가 마무리될 때쯤 짜장면이 나왔다. 우리가 익히 알고 그 흔한 짜장면 그릇에 담겨 나오질 않고 하얀 배를 타고 나왔다. 그릇이 배의 형상이었다. 면과 소스가 그릇의 반을 갈라 양분하고 있었다. 흔하게 먹던 짜장면이 새롭고 고급스러웠다. 맛은 분명 짜장면이었지만 우리가 먹은 짜장면은 분명 그 느낌이 새로웠다. 익숙하던 음식을 이렇듯 새롭게 맛볼 수 있다면 만원 정도는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영화관으로 내려가 영화를 한 편 더 봤다. 익숙한 노래를 새롭게 들은 날이었고 익숙한 음식과 새롭게 대면한 날이었다. 30년 넘게 같이 산 여자와 함께 한 날이기도 했다. 콴쒸이는 관계를 가리키는 중국말이라고 했다. 30년이 넘은 관계도 새로워질 수 있다는 속삭임을 들은 듯했다. 때로 우연히 찾은 음식점의 이름과 그곳의 노래, 그리고 함께 먹은 음식이 아주 오래된 관계를 새롭게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