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를 걸었던 사랑의 맹세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2월 11일 서울 남산에서

허공에 온통 연인들의 마음이었고 마음엔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사랑이란 널 내 마음 속에 가두고 문을 영원히 잠가놓고 싶다는 구속의 욕망 같은 것이었다. 비록 그것이 마음이라 해도 누군가를 가두고 문을 잠그는 것이 사랑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랑할 때의 우리는 이상하게 그 욕망을 사랑이라 믿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사랑하는 연인들이 즐겨 찾는다고 하는 곳엔 그들의 사랑을 가두어놓은 자물쇠가 주렁주렁 걸렸다.
그런데 마음의 문은 빗장이 허술하여 잠가 놓는다고 잠가 놓아도 잠기는 법이 없었다. 마음의 문은 속절없이 열리곤 했고 그럴 때마다 갇혔던 사랑이 마음을 빠져나가 지워지고 새로운 사랑이 마음 속으로 들었다.
자물쇠를 걸어 가두었던 사랑은 도대체 어찌된 것일까. 자물쇠를 걸었던 장소를 다시 찾아 올려다 보면 그 자물쇠로 잠근 뒤쪽으로 가두어 놓은 것은 우리들이 어느 날 서로에게 건넸던 영원히 변치 않겠다는 사랑의 맹세였다. 우리가 가둔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이 변치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고 약속이었다. 다짐과 약속이 얼마나 굳건한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맹세에 자물쇠를 걸고 열쇠는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숲속의 먼곳으로 던져버렸다. 그러나 다짐과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다짐과 약속, 그리고 맹세의 날, 둘 사이에 있었던 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사랑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사랑이란 세월을 견디는 굳건한 바위라기보다 부서져도 변함없는 성분 같은 것이어서 지켜지지 못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이었다. 약속은 부질 없었으나 사랑은 영원했다. 때문에 지켜지지 않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자물쇠는 끊임없이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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