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7월 21일 강원도 강릉에서
강릉에 다녀왔다. 볼일이 있어서 내려간 길은 아니었다. 그냥 하루 일정으로 다녀온 강릉 여행이었다. 여행을 부추긴 것은 주중에 주어지는 엄청난 할인혜택이었다. 주말에는 할인이 없다. 기차만 된다. 원래의 요금은 2만6천원이었다. 가고 오는데 5만원이 넘어간다. 나는 5만원이 넘어가면 큰 부담을 느낀다. 5만원은 내가 어떤 결심을 하고 못할 수 있는 경계의 금액이다. 내가 할인을 받아 지불한 금액은 18,200원이었다. 5만원이 안될 뿐 아니라 만원 정도가 남는다. 5만원에서 남는 만원이 내게는 점심값으로 보였다. 강릉에서 돌아다니다 초당두부로 점심을 먹었는데 하필 그게 만원이었다.
청량리에서 탔다. 아침 6시 27분 기차였다. 열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은 첫차를 타야 했다. 첫차는 5시 35분에 우리 동네의 역에 도착한다. 왕십리에서 바꿔타고 한 정거장을 가니 청량리였다.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강릉에 도착한 시간이었다. 열차는 8시를 갓넘긴 시간에 나를 강릉역에 내려주었다.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것 같다. 차는 아무리 과속을 해도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게다가 차로 갈 때는 한번쯤은 중간에 쉬게 된다. 차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속도였다.
나를 데려간 기차의 시간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강릉을 돌아다니는 동안 나는 계속 내가 강릉에 내려 온 것은 맞는지 자꾸 혼동스러웠다. 멀리온 여행이 아니라 그냥 서울 인근의 어디쯤을 나온 뒤 가볍게 걷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대만에 갔을 때 타이베이 인근의 종착역 하나를 골라 그곳까지 가고 거기서 구글맵을 켠 뒤 바다 방향을 향하여 정처없이 걸었던 적이 있다. 그렇게 대만의 바다를 만나 걷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었다. 강릉에선 카카오맵을 켰다. 바다를 향해 걸었지만 경포호가 먼저 나왔다. 경포호 옆의 연꽃 단지에 연꽃이 한창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연꽃 중에 가장 예쁜 연꽃을 이번에 만났다. 그리고는 경포 해변에서 시작하여 강릉항까지 바다와 함께 했다. 마무리는 강릉의 남대천을 따라 걷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돌아가기 위해 끊어놓은 열차표는 저녁 8시반이 강릉에서의 출발 시간이었다. 계획없이 그냥 발길이 이끄는 대로 돌아다닌 여행길이었지만 거의 시간 맞춰서 역에 도착했다. 무려 12시간이 넘는 시간을 강릉에서 보냈다. 강릉은 엎어지면 코닿을 곳이었다. 시간으로 보면 차라리 수도권 전철타고 가는 인천의 소래포구가 더 멀었다. 청량리에 도착하니 10시 15분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5분이 늦었다.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면 뻗을 줄 알았다. 건강앱을 켜서 확인하니 내가 하룻 동안 3만5천358보를 걸었으며 걸은 거리는 20.2km라고 했다. 50리를 걸은 것이다. 빠르게 나를 강릉까지 데려다 준 시간과 그곳에서 걸은 엄청난 거리에 몸이 흥분했는지 집에 왔는데도 잠이 오질 않았다.
내 고향 영월에서 동차라고 불린 새벽 기차를 타고 청량리를 가려면 5시간이 걸렸던 것이 내 어릴 때 남겨진 기차에 대한 추억이었다. 이제 그런 기차는 수도권 전철에만 있는 듯하다. 수도권 전철은 타면 역마다 서면서 어릴 때 탔던 완행 열차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내곤 했다. 강릉을 가는 KTX 열차는 내게 거의 비행기에 가까웠다. 이름도 비행열차로 바꾸고 싶었다. 멀리 강릉을 다녀왔지만 날듯이 간 강릉은 너무 가까워서 하루 종일 내가 온 곳이 강릉은 맞는 지를 혼란스럽게 했다. 가까운 곳이 멀고 먼 곳은 가깝다. 빨리가면 세상이 모두 인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