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2일 우리 집에서
딸의 회사에서 한해에 두 차례 화장품을 보내준다. 우리 집으로 오지만 사실은 딸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딸이 화장품 회사에 다니고 있다. 화장품이 오면 집안 식구들이 쓰기도 하고 워낙 양이 많아 주변에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택배로 배달된 화장품을 들여다 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화장품이라면 스킨과 로션 정도를 구별할 줄 아는 정도인 내게는 상자 속의 화장품들 가운데 내가 쓸 수 있는 것이 어느 것인지 골라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딸이 집에 와서 이거 쓰라고 집어서 내주어야 비로소 쓸 수가 있다. 화장품을 내주며 딸은 내게 이걸 가장 먼저 바르고 그 다음에는 이걸 바르라고 순서도 알려준다. 대게 남성용은 내 차지가 된다. 발라보면 좋기는 좋다. 설명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집에 온 화장품 가운데 한두 개가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된다.
대체로 상자 속은 내가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미지의 세계이다. 화장품의 세계는 내게는 나같은 일반인은 알 수가 없는 완전 전문 영역의 세상이다. 화장품은 왔지만 딸이 집에 오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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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2일 우리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