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과 하남

남한산성 서문과 연주봉 옹성에 올라서면
서울과 하남이 한눈에 조명이 되긴 하지만
사실 서울의 남산을 빤히 마주할 수 있는 날은 그렇게 흔치 않다.
대개 서울은 항상 뿌옇다.
남산도 전혀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비가 흩뿌리고 강한 바람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뒤에
때를 잘 맞추어 올라야 멀리까지 서울 구경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4월 17일이 그런 날이었다.
서울의 남산 가까이 깊숙이 들어가 본다.

Photo by Kim Dong Won

가운데가 남산이다.
아는 사람이라면 잠실의 롯데 백화점도 구별이 가능하다.
남산을 구별하는 이정표가 산 자체라기보다
남산 타워라는 인공의 구조물이란 점이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도시는 인공의 구조물이 이정표를 점거해 버렸다.

Photo by Kim Dong Won

더 가까이 가본다.
이제 한강이 좀더 확실하게 보인다.
강이다, 강.
도심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자연이다.
맨끝에 보이는 다리는 성수대교,
그리고 차례대로 영동대교, 청담대교이다.
잠실대교는 한쪽 귀퉁이로 살짝 보인다.

Photo by Kim Dong Won

조금 더 가까이.
이렇게 보니 남산 타워가
남산 높이의 3분의 1 가량은 되는 듯 싶다.
산자락 아래 자리한 아파트들도 참 높다.

Photo by Kim Dong Won

뒤로 물러나 남산 위로 구름 한점 띄웠다.
강도 있고, 구름도 있지만 서울은 뿌옇다.

Photo by Kim Dong Won

어디일까?
도곡동의 그 유명한 타워 팰리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서울의 건물은 높아지려 안간힘을 쓴다.
내려다보고 살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아래를 내려다 보고 살고 싶다면
오히려 가끔 남한산성을 올라야 하지 않을까.
여기가 훨씬 더 높은데.
사람들은 알고 있다.
건물을 높이 쌓으면 그만큼 돈도 쌓인다는 것.
그게 건물을 높이 쌓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건물을 높이 쌓는 것은
사실은 그 높이만큼 돈을 쌓고 싶다는 욕망일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멀리 여의도의 63 빌딩이 희미하게 보인다.
오늘따라 왜 저렇게 왜소해 보이지?
남한산성이 꽤 높은가 보다.

Photo by Kim Dong Won

송파의 올림픽공원 부분.
집에서 가까워 사진찍으러 자주 가는 곳이다.
올림픽 대교도 보인다.
자전거타고 건널 수 있다.
언제 한번 건너볼 생각인데 진입로 찾기가 쉽지 않다.

Photo by Kim Dong Won

산은 잘 모르는데
아마도 멀리 보이는 산이 삼각산이나 도봉산이 아닐까 싶다.
결혼하고 저 산자락에서 잠시 살았었는데…
동쪽 끝자락으로 벗어나니 건물들의 높이가 많이 낮다.
산하고 키를 재보려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산도 있고, 구름도 좋고, 그런대로 볼만하다.
저기 어디쯤에서 내가 살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팔당의 한강을 끼고 있는 하남의 풍경.
검단산 자락이 약간 보인다.
남한산성에서 내려다보면
하남은 강있고 산있는 곳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아파트촌으로 더 가까이 가본다.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 아는 사람이 살고 있다.
동네는 아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졸지에 누구네 동네가 되어 버린다.
우리는 암암리에 세상의 동네를
아는 사람 누구네 동네로 바꾸면서
세상을 누구네 동네, 누구네 동네로 재편하곤 한다.
저기도 내게는 멀쩡한 지명을 빼앗긴채 누구네 동네가 된다.

Photo by Kim Dong Won

남한산성 서문의 바로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남성대 골프장.
열심히들 치슈.
몇년 있다 보면 공원으로 내놓고
어디 멀리 다른 곳으로 가야하지 않겄슈.
도시 가까이 있는 골프장들이 다들 그런 운명이더이다.
초록은 눈을 시원하게 해주지만
그 초록을 소수가 독점하면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구나 사람 많은 서울에선 초록도 귀하여
초록은 공동의 자산이 되어야 하는 듯하다.

Photo by Kim Dong Won

서문 바로 아래쪽 풍경.
하얀 꽃들은 벚꽃이다.
저 벚꽃을 따라 남한산성으로 올라오는 길이 있다.
그리고 숲속에 많은 갈래길이 감추어져 있다.
길마다 느낌이 다르고 풍경도 다르다.
같은 길도 철마다 또 느낌이 달라진다.
항상 한 길로 다니다가 요즘은 갈 때마다 길을 달리하고 있다.
서울과 하남 구경하다가
결국 시선은 아무의 것도 아니면서
누구의 것이기도 한 숲의 초록에서 머물며 쉬었다.

4 thoughts on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과 하남

  1. 아무것도 아니고,
    누구것이기도 한것들.
    모든 사물이 그렇죠^^
    자연풍경을 너울너울 바라보는
    시선은 본인도, 바라보는 이도
    시원스럽네요.

  2. 멀리 멀리 보이는 서울의 뜬 구름을 바라보다
    결국 시선은 아무의 것도 아니라는 결론…
    푸른 계절, 초록화살처럼 몰려 오는 청보리밭,
    냇물도 달려간다는 싱그러운 5월의 숲이 있어 가슴이 트입니다.

    1. 종종 잘 가꾸어놓은 공원도 내 고향의 뒷동산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고향은 너무 멀고… 오늘은 또 새로운 길로 남한산성이나 다녀올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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