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나는 그것을 MP3 플레이어라고 생각했다.
앞에 붙은 iPod이란 이름 때문이었다.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데
옆사람이 그것으로 책을 보고 있었다.
나는 그때 그것으로 책도 볼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도 볼 수 있으니 사진도 볼 수 있다.
게임은 거의 환상에 가까운 수준이다.
왜 닌텐도인가 뭔가를 사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음악도 듣고, 게임도 하고, 영화나 사진도 보고,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iPod Touch를 사지.
물론 난 그런데는 관심이 없다.
컴퓨터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그러긴 하지만
지하철타고 가는 동안이나 여행하는 동안엔
그냥 시간을 무심하게 흘려보내고 싶다.
그런데 이 녀석은 기능이 좀더 많은 MP3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요 작은 녀석속에는 내가 쓰고 있는 컴퓨터,
바로 맥의 운영체제가 탑재되어 있었다.
이건 기능이 좀 많은 MP3 플레이어가 아니라 손안의 컴퓨터였다.
무선 인터넷이 되는 곳에선 곧바로 웹서핑이 가능했다.
사람들은 이제 책상 위의 컴퓨터를
노트북에 담아서 들고 다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걸 손안에 담아서 들고 다니려 한다.
미국에선 이 모든 기능에 핸드폰 기능을 갖춘 iPhone이 나와 있다.
그 iPhone, 곧 한국에서도 나온다는 얘기가 들린다.
책상 위의 컴퓨터가 노트북 속으로 들어가더니
이제는 손바닥 속으로 들어가는 세상이 되었다.
5월 28일 수요일, 맥동호회 사람들과 종로에서 만났더니
모인 여섯 명 가운데 세 명이 iPod Touch를 들고 있었다.
오래 전에 노트북 들고 다니다가
이제 컴퓨터는 책상 위에서만 쓰고 있는데
그 사이 컴퓨터가 손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난 컴퓨터와의 관계는 당분간 책상 위로 묶어둘 생각이다.
그리고 바깥을 돌아다닐 때는 이 현대적 세상을
아주 원시적으로 유랑하듯 떠돌 생각이다.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나몰라라 저만치 보내고
까마득하게 뒤쳐진 과거의 시간을 유유히 즐길 생각이다.
8 thoughts on “iPod Touch”
어제 저녘 프린터를 새로 장만 하러 하이마트 구리점에 가족과 함께
갔다가 문제의 아이팟 터치를 만져보고 정말 신기했습니다.
사진을 쓱쓱 손가락으로 밀어내니 새로운 사진이 밀려나오고..
정말 핸드폰에 카메라 기능까지 추가 한다면 정말 더 이상이 없겠더라구요.
가격은 40만원대.
거기서 파는 건 기본 소프트웨어만 탑재되어 있는 거예요.
해킹을 해서 기능을 확대하면 얘기가 달라지기 시작하죠.
우리 모임에는 그런 전문가들이 많아서… 기본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나도 가입했던 초창기에 공개적으로 해킹 정보를 올렸다가 제명당할 뻔한 적도 있어요. 그걸 뒷구멍으로 연락해서 해야 하는 걸 모르고… ㅋㅋ
잘 생각하셨습니다.
손 안의 컴…
밖을 돌아다니는 순간 만큼은 자유롭게…
자유를 누리고 싶네요…
그런데 그거 탐은 나더구만요.
요즘의 맥 노트북과 아이맥이란 기종은 모두 카메라가 장착되어 나오는데 여기에 카메라 장착되면 저항하기 힘들거 같아요. 저는 맥을 쓰기 때문에 연동도 잘되서 더더욱…
제가 보기에는 지름신이 강림하시어 따님 것까지 두 개를 공구한다에 올인!!!
하나더 추가요.
집사람이 있걸랑요.
작년부터 벼르고 있어요, iPhone 들어오면 그걸로 핸펀 바꾼다고.^^
저 역시도 디지털보단, 아날로그가 멋지고 끌려요. ㅎ
사진 속의 빨간 손들 ㅋㅋ 여름맞이 호러물인데요?
어, 그게 아닌데…
저는 완전히 디지털쪽인데요…
아날로그는 당췌 적응을 못하겠어요, 하도 불편해서.
다만 바깥에 나가 돌아다닐 때만
디지털 세계를 잠시 접어두겠다는 것일뿐.
도루피님은 저 자리에 함께 있었으면
심히 당혹스러워 했을 것 같아요.
요 모임이 조금 첨단 모임이라서… ㅋㅋ
음, 저는 손의 주인들을 아는지라…
다들 미남이라서 호러 생각은 전혀 못하고
그냥 색감만 좋다고 생각했다는…
요게 또 현장에 있던 사람과 사진만 보는 사람의 차이군요.
전 요 모임을 참 좋아해요.
첨단 문명이 그렇게 부정적이질 않다는 것과
첨단의 문명 속에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죠, 이 모임은.
도루피님도 아마 현장에서 아이팟 터치를 만져봤으면
사진을 보는 느낌이 많이 달라졌을 거예요.
현장이란 그런 점에서 참 무서운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