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고집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5월 28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양파는 둥근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가로로 잘리면 양파는 잘려서도
그 둥근 기억을 고집합니다.
고집이 완연할 땐,
그 고집으로 우리의 입안을 톡 쏩니다.
그렇지만 불에 그슬리면
그만 그 둥근 기억도 늘어지고 맙니다.
늘어지면 양파는
둥근 기억의 고집을 슬그머니 내려놓습니다.
둥근 기억을 내려놓은 늘어진 양파는
야들야들 맛있습니다.
약간 단맛까지 납니다.
양파는 둥근 기억의 고집을 세우거나 내려놓거나 하면서
이맛과 저맛 사이를 오고 갑니다.

15 thoughts on “기억의 고집

  1. 기억의 아집만 늘어가는 놈상도 있답니다.
    양파는 서양에서 들어온 파라서 양파인가요?
    요즘은 미제가 대접을 못 받는 세상이라지만
    짜장면 먹을 때만큼은 양파가 좋더라구요.

  2. 며칠있으면 친정집 양파뽑는날이예요.ㅋㅋ
    하루종일 양파뽑고 줄기 잘라주고 망에 담고.^^
    일할땐 넘 덥고 힘들어서 거저줘도 먹기 싫다 생각하는데
    며칠지나면 또 요리마다 양파를 넣고 있다는..^^

    1. 요리에 들어가면 또 양파들이 둥근 기억의 고집을 모두 버리겠지요?
      어떤 때는 둥근 기억의 고집을 버리고 아주 네모의 기억이나 길쭉한 기억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있더군요. ^^

    1. 그게 기억의 지속이라는 견해도 있고, 고집이 정확한 번역이라는 견해도 있고 그래요.
      저는 기억의 고집을 가져왔습니다.
      persistence라는 단어가 영속, 지속, 고집 등의 뜻을 모두 다 가지고 있는데 영속이나 지속은 말의 느낌이 그림하고 잘 어울리지가 않는 느낌이예요.

    2. 그럼 저도 앞으로 기억의 고집으로 기억해 둬야겠네요.
      저는 바깥나라말에는 아주 약해서 배운 대로만 기억해 두는데
      잘 배우고 갑니다.
      예전에는 배운 기억이나 알고 있던 기억에 대해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기억들을 수정해 나가는게 더 좋아요.
      좀 컸나봐요.^^
      기억의 지속이라고 기억한다해도 별일은 아니지만요.
      횡설수설 말이 많은게 아직 술이 덜깬듯합니다요…^^;;

      아이고~ 부끄러워라..
      위에서 벌써 말씀을 나누셨었네요…ㅡㅡ;;

    3. 사진 찍은 저도 생각이 안난 걸요.
      그 축 늘어진 시계 생각만 나고 그림 제목이 떠오르질 않는 거예요. 그림 제목은 왜 시간의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지금 시간의 추억을 먹는 거야, 작품을 먹는 거야 하며 딴소리만 했지 뭐예요. 술먹고 헤롱대면서…
      술집 주인이 빨리 가라고 이건 아무도 안주는 것이라며 수박을 가져와 은근히 등을 미는 바람에 열두시 넘어서 곧바로 나왔지요. 그래도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이 마신 듯…
      집에 들어와서 시간의 추억으로 찾으니 나오질 않아서 달리, 축늘어진 시계 등등 별걸로 다 검색을 했어요.
      술먹을 때 자코메티 풍인가 했더니… 건너편에서 달리라고 알려주더군요.
      요즘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큰 일이예요.

  3. 땡글땡글 귀엽네요. 양파링@

    저도 그 날 종로의 밤거리를 걸었더랬죠.
    양파보다 더 고집을 톡 세워대다가 그만-_-
    언니랑 서로 싸우고선,
    화해 차원에서 언니 마중 나갔더랬답니다. ㅎㅎ
    불에 살짝 그슬린 양파같이 된것이었던 것이죠.

    1. 우린 이날 오랫만의 모임이라 아주 좋았어요.
      컴퓨터 동호회 사람들이라 다들 첨단으로 무장을 하고 있죠.
      들고 나온 장비들 보면 볼만하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건 맥북 에어인데 그건 들고 나온 사람이 없더군요.

      원래 인생이란게 싸우고 화해하고 그러는 거잖아요.
      톡 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하고…

    1. 맛까지 좋다우.
      먹을 때는 기억의 고집이 생각이 잘 안나더라.
      기억의 고집이 자꾸만 시간의 추억으로 생각이 나는 거 있지.
      달리가 떠올라야 하는데 자코메티란 이름이 생각났다는….
      자코메티 이름을 떠올리니까 건너편의 사이클론님이 달리라고 정정해 주시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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