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Photo by Kim Dong Won
2008년 8월 9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해바라기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꽃이 아니다.
해바라기는 태양을 집어 삼킨 꽃이다.
태양을 집어 삼키고 태양처럼 활활타는 꽃이다.
태양을 삼키면 대개는 까맣게 타죽는 것이 운명이나
해바라기는 태양을 삼키고는
그 태양을 제 속에서 까맣게 익혀낸다.
볕은 따갑고 날은 무더운 한여름이
지금 그 속에서 까맣게 영글고 있다.

13 thoughts on “해바라기

  1. 그림보다도 너무 멋진 장면이군요
    사진의 느낌이 강렬합니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는듯…..
    그동안 너무 뜸했지요^^.

    1. 잘 지내셨지요.
      그냥 그림 그리시는데 푹 빠져계시나 보다고 생각했어요.
      이 해바라기는 유난히 시선을 끌었어요.
      아마 열매는 별로 맺히지 않았을 듯 싶어요.
      저렇게 활활 타면 열매는 별로인 듯 하더라구요.

    1. 이 날 버스타고 양수리 나가서 찍은 사진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들더라구요.
      구름이 좋아서 나갔는데 이렇게 활활타는 해바라기를 건지게 되었어요.

  2. 핑백: SERANG WORLD
  3. 해바라기만 보면 고흐가 생각나는 저는,
    절망적인 상상력의 소유자입니다. ㅠ.ㅠ

    하기사 오르세 미술관에서 봤던
    고흐 그림이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죽어라 연꽃만 그렸던 모네,
    이에 질세라, 죽어라 해바라기만 그렸던 고흐,
    그러고 보면, 두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살았군요.

    꽃에 미친 20세기 거장들.
    그 들은 꽃에서 무엇을 봤을까 생각해 봅니다.
    동원님처럼 한여름 태양과 자신을 태우던 꽃을 봤을까요?

    행복하세요.~

    1. 해바라기만 보면 누구나 고흐가 생각나게 마련이지요.
      저도 그런 걸요.
      사실 태양을 삼킨 해바라기는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받은 인상이었어요.
      그때 받은 인상을 실제로 한번 확인한 셈이었죠.
      그리는 사람이야 자기 인상을 곧장 그리면 되지만 사진을 찍는 입장에선 그림에서 받은 인상을 현실에서 찾아낸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이 날은 재수가 좋았던 셈입니다.
      그 인상을 그대로 전해주는 해바라기를 만났으니까요.

  4. 해바라기를 보면 소피아 로렌이 생각 나네요.
    상상 그 이상으로 넓은 해바라기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해바라기는 지고지순한 사랑 같습니다.
    태양을 바라보다 속이 까맣게 타버린 것이 해바라기씨 같습니다.
    남자들은 그저 무심하게 맥주 한 잔 하면서 그 씨를 까먹고 있지요.

    1. 씨를 까먹는듯 하지만 해바라기 속으로 녹아드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보통은 가운데가 까맣고 잎들이 넓직넓직한 해바라기만 봤는데 이곳의 해바라기는 모두 태양처럼 불타오르는 것 같더군요.
      제 눈길을 확 끌어당겼습니다.

  5. 해바라기는 태양을 집어 삼켜서 저리도 활활 노란 불꽃이 타오르고 있군요.
    태양을 제 속에서 까맣게 익혀 내는 해바라기…
    한참을 머물다가 갑니다.

    1. 처음으로 버스타고 찾아갔는데
      이 해바라기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어찌나 태양볕이 강렬한지
      조금만 햇볕 아래 그냥 서 있어도
      까맣게 그슬릴 것 같은 날이었죠.

    1. 원래 그대로예요.
      연꽃밭의 바로 옆으로 있는 산책로에 피어있었는데 하도 강렬해서 사진을 찍게 되었어요. 상당히 많이 심어 놓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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