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름을 몰랐을 땐,
그냥 모양이 특이하게 생긴 예쁜 꽃이었다.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이름을 알게 되었다.
물봉선이라고 했다.
이름을 알고 난 뒤론 꽃옆을 지날 때마다
신봉선이랑은 아무 관계가 없다더라고
꼭 쓸데없이 농담을 한마디씩 하게 되었다.
게다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에선
그 이름 때문인지
제발 물좀줘라고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났다.
물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로는
어쩌다 산에서 부딪치면 근처에 계곡물이라도 있나 두리번거리게 되었고,
물을 찾을 수 없는 곳에 피어있으면 자꾸만 안스러워지곤 했다.
이름을 몰랐을 때는
그냥 꽃으로 들여다 보았는데
이름을 알고 난 뒤로는
자꾸만 꽃보다 그 이름 주변을 어슬렁거리게 되었다.
이름을 알고 나면 꽃을 알게 되는 듯 싶지만
종종 그 이름에 갇히게 되기도 한다.
다음엔 만나면 그 이름을 버려보아야 겠다.
대신 속을 다 보여주겠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으니
그 속이나 한번 들여다 봐야 겠다.
6 thoughts on “물봉선”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메아리~
“기옥이 이리와봐~ 신봉선이 아니라 물봉선이 여기있네” ㅎㅎㅎㅎㅎ
어제도 물봉선이 무지 많이 만나고 왔어요.
약속대로 속도 들여다보고 뒤태도 보았지요.
물봉선이었군요.
검단산 오르는 길, 제일 많이 볼 수 있었던 야생화였거든요.
멀리 봤을 때 키작은 나무에 달린 꽃이 색도 예쁘다하면서
가까이 가보니 요런 모양이구나 했거든요.
저도 한 컷 담아봤는데.. 이렇게 조심스럽게는 말구여.
저는 어제 하남의 객산에 갔다가
물봉선을 무지 많이 찍었어요.
귀한 꽃인줄 알았는데 아주 흔한 꽃이더라구요.
검단산엔 계곡물이 있으니까 그 주변으로 많을 것 같아요.
가을에 검단산에 간 기억이 없어서 그런지
검단산에선 보질 못했는데 거기도 지천인가 보군요.
며칠 물봉선이 울궈먹을까 생각중이예요.
날좋으면 다시 물봉선 찍으러 가고 싶은데 날이 흐리네요.
그냥 꽃이라고만 생각할 때와 ‘물봉선’이라는 이름을 부르며
바라 보니 뭔가 선명해 지는 느낌이에요.
이름을 잊어버리고 산 지 얼마인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라는 그 유명한 시를 떠올려 봅니다.
이름 속 너머에 있는 내 존재의 의미를…
사과나무님이란 좋은 이름을 가지셨잖아요.
이름을 버리고 새로 가질 수 있는 좋은 시대같아요.
저도 요즘 시대를 사는 덕분에 이름을 여러 개 갖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