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저물고 밤이 옵니다.
가로등이 불을 밝힙니다.
불을 밝히면 빛이 환하게 아래로 쏟아집니다.
가로등은 쏟아진 빛을 둥글게 펴놓습니다.
둥글게 펴놓은 빛은 주변으로 가면서 희미해 집니다.
주변은 어둠이 갉아먹어서 그렇습니다.
어두워진 언덕을 더듬거리며 올라온 길이
잠시 가로등 아래서 걸음의 긴장을 풀고
가야할 길의 방향을 확인합니다.
길옆의 언덕은 부드러운 곡선을 끌어안고
가로등이 밝힌 빛으로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고는
제 자리에 몸을 눕힙니다.
밤늦게 언덕길로 걸음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발끝을 조심하며 조용히 걸어갑니다.
서서히 공원이 잠에 듭니다.
공원이 잠에 들면서 밤도 깊어집니다.
6 thoughts on “공원의 밤”
가로등 밑이 아니고
멀리서 바라보는 가로등이 더 멋이 있을겁니다.
누가 그곳에 와 주었으면.. 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로등에서 기다림의 느낌이 많이 묻어나긴 하지요.
사진찍을 때는 사실 언덕의 곡선이 좋아서 찍었어요.
어둠과 맞물리면 그 곡선이 마치 언덕이 누워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어디로 가야할지 확인하려면, 어둠이 채워진 공원으로 가야겠네요.
안녕하세요? 간만에 마실온 사악한 박대리입니다. 가로등이 쏟아낸 빛을 받은 잔디가 너무나 매혹적입니다. 상큼한 푸르름이란 아마 저런 빛깔이겠지요.
내일은 짬을 내어 가로등을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가로등이 내려주는 빛을 맞으며, 일상의 긴장을 풀고, 가야할 길의 방향을 찾아봐야겠네요. 제가 가는 한강고수부지에도 동원님 사진안에 숨겨진 푸르름이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ioi~
잘 지내시죠?
아마, 어둠이 내린 공원에 가면 가로등 밑에서 어디로 가기보다 잠시 그 아래서 머물게 될 거예요. 지금은 푸르름이 남아 있으려나 모르겠어요. 푸르름이 없어도 아마 바랜 색으로 차있는 겨울도 멋질 거예요.
어느덧 주말이네요.
즐거운 일이 있길 빌께요.
‘가로등이 좋아지는 것은 역시 겨울철이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밤에 설레이는 눈발 속에서 우러러보는 등불. 그것은 우리의 눈길이 닿을 수 있는 동경憧憬의 알맞은 위치에 외롭게 켜 있는 꿈의 등불이다. 그 등불이 켜진 가로등 기둥에 호젓이 기대어 가없는 명상에 잠시 잠겨보는 고독한 모습 ─ 그것은 젊은날의 눈물겨운 나의 모습이다.’
박목월의 <가로등>이란 수필의 앞 부분입니다. 외롭게 홀로 불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을 바라볼 때면 ‘그것은 젊은날의 눈물겨운 나의 모습이다’라는 글귀가 떠오르곤 합니다. 쓸쓸한 가로등 불빛이 마음에 닿아 옵니다.
밤늦도록 사람들이 다니는 공원인데도… 밤의 느낌은 낮과는 완연하게 다른 것 같아요. 밤엔 조용해서 외로움이 더한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