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평생을 물속을 헤엄치며 살았죠.
물속을 헤엄치고 있노라면
머리 위에서 물결이 찰랑거리곤 했습니다.
그 물고기 죽어
영혼의 자리를 찾다
제 영혼을 쇳조각 속에 눕혔습니다.
누군가가 쇳조각을 얇게 펴고 두들겨서
그 속에 물고기의 영혼을 새겨넣어 주었죠.
그때부터 얇게 몸을 편 쇳조각은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물고기가 되자
바람 속을 헤엄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람 속을 헤엄치다 보면
물고기가 물결을 흔들 때마다
머리 위에서 물결이 딸랑딸랑 소리를 내곤 했습니다.
살았을 적 머리 위에서 찰랑거리던 물결처럼 맑았습니다.
6 thoughts on “물고기와 종”
물고기는 하늘을 헤엄치고, 우리는 그 흔적의 소리로 다시 고요한 바다 속을 그리워하죠. 풍경 하나가 하늘과 바다를, 시끄러운 인간의 현실 세계와 꿈같은 심연을 이어주는 시와도 같은 장치가 되는군요.
풍경이 사진으로 남은 게 제 기억에 세 곳이예요.
하나는 오대산 상원사였고,
또 하나는 강화의 전등사였죠.
이번의 풍경은 거의 처마와 눈높이를 맞추고 볼 수 있었어요.
절 뒤쪽의 계단으로 올라가다 보니 그렇게 되더군요.
그곳까지 깊게 물이 찬 바닷속 같았어요.
종쳤다…라는 말이 부정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절의 종소리는 귀를 채우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까지 채워주던 걸요.
허공을 헤엄치며 지난날의 꿈 속을 오고가는 저 물고기 한 마리…
해맑은 풍경소리가 마음을 헤집고 애잔하게 들려 옵니다.
뎅그렁 뎅그렁~~
봉은사는 처음 가봤는데 엄청 큰 절이더군요.
특히 종이 많았습니다.
범종을 서너 개는 본 것 같아요.
저녁 때 가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는데 날 좋은 날 다시가고 싶습니다.
원래는 산속이었을 그곳이 이제는 높은 빌딩들 속에 자리잡고 있는 오랜 세월의 흐름도 묘한 느낌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