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토요일 오전은
혼자 평창 휘닉스파크 스키장의 뒷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오후 시간의 첫순서는 스키장 근처에 있다는
봉평의 허브나라로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우리 가족, 첫째와 막내 여동생의 가족이 모두 나섰다.
오뉴월에 찾으면 딱 좋을 곳을 너무 일찍 찾았다.
꽃은 온실에서만 접할 수 있었다.
다시 둘러본다.
길가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바로 앞으로 개울이 있다.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허브나라이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겨울이라 할인된 가격인 듯 했는데 그래도 비싸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이나 그 근교에선 이런 곳들이 무료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서울에 살면 공짜에 많이 길들여진다.
일단 서울에선 대부분의 공원이 무료이다.
근교도 무료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서울에서 멀어지면 그때부터 입장료를 받기 시작하고
입장료도 서울보다 훨씬 비싸다.
멀리까지 내려와서 돈까지 내야하니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멀어지면서 더 싸지는 것도 있다.
바로 주차료이다.
여기도 주차료는 공짜였다.
서울은 어디를 가나 주차료를 무시못한다.
그럼 그게 그건가.
하지만 여러 명이 돌아다니다 보니
입장료가 무시못할 정도로 많이 들었다.
들어가는 입구의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흥정계곡을 흘러가는 물소리가 경쾌하다.
아직 물가로 히끗히끗하게 얼음이 남아있다.
그늘진 곳엔 더더욱 많았다.
얼음을 녹여가며 봄으로 가고 있는 계곡물 위에서
빛이 눈부시게 부서지고 있었다.
물소리가 봄을 부르는 소리 같기도 하다.
입구에서 사진 한 장.
미처 포즈를 취하기 전에 찰칵.
엉거주춤에 시선은 여기저기다.
우히히, 재미나다.
사진은 종종 준비되지 않은 사진이 더 재미나다.
준비되고 나서 또 한 장.
이건 뭐 준비를 하나마나 그게 그건거 같기도 하군.
첫째 동생의 아들 녀석, 승현이.
승현아, 너 바로 옆의 토끼는 어디갔니?
배고프다고 하더니, 혹시?
꽃가게라고 되어 있는데…
이거 오른쪽은 꽃이 분명한데… 왼쪽은 꽃맞어?
아무래도 꽃들이 다 깔려죽겠다.
승현이 녀석,
막내 동생 가족이 꽃시계 속에서 사진찍는데
시계 바늘로 협찬해 주었다.
시계 바늘이 바깥에서 안을 가리키는 것은 처음이다.
꽃이름을 모를 때는 무조건 색깔로 나눈다.
따라서 이건 하얀꽃.
그것만으로는 뭔가 좀 아쉽다면
이건 별처럼 생겼으니 하나 더 덧붙여서 하얀 별꽃.
그래도 아쉽다면 가운데 배꼽도 있으니 배꼽 하얀 별꽃.
시계꽃.
하루를 다섯 등분해 놓았다.
어떻게 시간을 읽어야 하는지 머리아프다.
아니 시계꽃이면 이름에 걸맞게
여섯 개나 네 개로 딱 떨어지게 꽃잎이 났어야지,
이게 도대체 뭐니 헷갈리게.
내가 너무 성질이 급했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계였나 보다.
대충 저 정도면 꽃잎 숫자에 개의치않고
적당히 가운데를 잡아서
열두 시와 여섯 시, 세 시와 아홉 시를 나눌 수 있겠다.
근데 어째 좀 완성된 시계가 더 후줄근해 보인다.
온실에서 마신 허브 차 한잔.
차 이름은 카모밀라.
혓바닥좀 굴리고 싶을 땐 캐모밀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설마 그런 효과가 있을까 싶다.
그냥 이거 마시면서 스트레스 풀라는 소리겠지.
나에게 노란 빛깔이 좋은 차를 내준
카모밀라 허브의 열매.
건더기좀 더 달라고 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부틸론.
두 개만 들여다 볼 때는
작은 종은 빨간 종소리를,
큰 종은 반은 빨갛고, 반은 노란 종소리를
은은하게 들려주었다.
으, 종이 두 개가 아니었다.
완전히 종소리 사태났다.
빨갛고 노랗고 난리난 종소리이다.
모전녀전의 현장.
먼저 엄마인 내 막내 동생.
허브티를 사주었더니 차는 안마시고 빨대를 드시고 있다.
그 다음은 딸.
내 막내 동생의 딸인 지빈이.
코코아 사주었더니 코코아 먹다 말고 빨대를 드시고 있다.
둘이 똑같다.
이름이 예쁜 허브, 로즈마리.
짝지어 있는 푸른 꽃으로 차를 만들어 먹으면
둘 사이가 좋아질까.
지붕의 눈이 지붕 속이 궁금하면
스르륵 몸을 녹여 처마밑으로 흘러내리다 처마끝에 매달린다.
그게 바로 고드름이다.
하지만 자리를 잘 잡아야 한다.
창문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아야
앉아있던 곳의 지붕 바로 아래쪽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재수 없으면 벽만 바라보며 면벽수행하다 볼장 다본다.
나가다가 그녀와 딸도 사진 한 장.
우리 한번 돌과 돌을 맞대 볼까요.
돌이 분명하다.
돌과 돌을 맞대자 웃음의 불꽃이 팍팍 튀었다.. ㅋ
12 thoughts on “봉평의 허브나라 농원 나들이”
허브티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마세요..빨대가 더 맛있어ㅎ 꼭 저 사진이여야만 한거야 빨대가 뭐니…우리 둘다
그렇게 맛있으면 다음엔 두 개 들고와라. 나도 한번 먹어보게. ㅋ
가족여행 부럽습니다.
저도 이번 주말에 고향 내려가는데 부모님께 효도 좀 하고 와야지.^^
정선에 부모님이 계신데 부러울게 어디 있어요.
여행이야 연인이랑 떠나는 사랑 여행이 최고지요.
봉평 허브나라는 봄의 꽃들의 향연이 아름답군요.
다소 이국적이고 인공미가 있지만……
사진으로 뵈니 건강하시군요.
담에 판화 작품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죠.
한번 뵈러 간다면서 못가고 말았어요.
며칠 동안 선생님 그림으로 블로그에 작은 전시회를 마련할까 생각 중이예요.
연락드리고 한번 갈께요.
올 봄에는 덕소 근처의 산에 자주 갈 것 같아요. 봄꽃 찍으러.
갈 때마다 선생님 생각이 나요.
블러그의 전시회 넘 좋죠.^^
덕소근처에 오시면 전화주세요.
언제든지 달려갈테니깐요….
그럼 선생님 그림좀 모셔다 쓰겠습니다.
덕소에 사진찍으러 가면 한번 연락드릴께요.
그곳의 새재고개가 걸어서 넘기에 아주 좋더라구요.
요며칠 낯익은 곳이 계속 나오니 괜히 반갑네요.^^
근데 저기 입출구 말이에요. 입구는 한자로 써있는데
출구는 왜 한글일까요? 볼때마다 궁금하더라구요.ㅋㅋ
저희가 갔을 때는 꽃이 한창이었을 때라서 사진 찍기도 좋았는데
지금은 좀 살풍경이죠?
위에 말씀하신 그 연못 근처로 케모마일하고 꽃양귀비가 볼만했거든요.
담에 꽃 좋을때 두분이 다시 한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출구는 아무래도 한자를 몰랐을 가능성이…ㅋ
저는 들어가는 곳이나 나오는 곳이 똑같은데 뭘 이런 걸 하고 생각했었어요.
저희는 사실 매번 공짜로 올랐던 선자령이 더 좋았어요.
봄과 가을에 그 길에서 많은 꽃을 만날 수 있거든요.
아이를 데리고 다니니까 걸어서 다니는 데를 가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주로 차로 갈 수 있는 곳으로 돌아다녔어요.
우리 둘이 가면 또 선자령으로 가야죠.
말은 령인데 산이예요.
카모밀라 허브티 한 잔 마시고 싶네요.
맛은 달콤 쌉사름할 것 같아요.
국화차 맛과 비슷한…
가족들의 다정함이 물씬 느껴지는 ‘허브나라’ 풍경이었어요.
바깥이 추우니까 다들 온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놀았어요.
허브티도 아주 종류가 많더군요.
포천에도 허브 아일랜드라는 곳이 있는데 가볼만해요.
여긴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얼음이 두껍게 얼어있어 제가 들어가서 발을 쿵쿵 굴렀더니 물이 바깥으로 슬슬 올라오더군요. 딸이 나오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카메라들고 어딜 들어가냐고 해서 다들 웃었죠. 아빠보다 카메라가 더 중요해라고 하면서 말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빠가 카메라를 목숨처럼 여기는 걸 알아서 그래라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