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나 들에서 꽃을 처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종종 식물원에서 꽃을 처음 만난다.
산당화도 마찬가지이다.
서울의 능동에 있는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에서
그 꽃을 처음으로 보았다.
분재로 가꾸어 놓은 나무였다.
명자나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장미과로 분류되어 있는 과목을 보고는
어쩐지 예쁘더라니 장미 앞에 줄을 선 꽃이구나 했었다.
나뭇가지의 끝이 뾰족뾰족하여
장미 가시처럼 끝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항상 눈길이 가기는 그 옆에 있는 동백이었다.
그러다 올해는 식물원을 찾은 걸음이 늦었는지
동백은 이미 꽃이 축쳐져 있었고,
대신 명자나무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명자나무의 또다른 이름이 산당화란 것을 알게 된 것은
동네의 한 아파트에서 였다.
분명 식물원에서 본 그 꽃이었는데
목에 걸고 있는 이름표엔 산당화라고 되어 있었다.
내겐 산당화란 이름이 더 좋았다.
바닷가에 피면 해당화, 산에서 피면 산당화라고
운율을 밟기에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름을 알고 난 뒤에는
산에 갈 때마다, 또는 동네를 돌아볼 때마다
자주 접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어떤 때는 산당화로,
어떤 때는 명자꽃으로 불렀다.
꽃도 한해한해가 모두 같은 것이 아니라
유달리 예쁜 해가 있는 것 같다.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의 산당화는
올해가 유독 예뻤다.
**보너스
한 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세 장 더 보여드립니다.
꽃은 한참 동안 내 눈길을 앗아간다.
한참 동안 바라보면 내게 눈길을 줄만도 하건만
꽃은 무심한 듯 멀리 시선을 두고 있었다.
사실 아직 산당화가 필 시기는 아니다.
온실에 모아둔 따뜻한 온기가 일찍 꽃을 선물한다.
그래도 꽃피는 시절을 알아
내가 걸음을 챙길 수 있는 꽃 중의 하나이다.
매년 이맘 때면 산당화와 이 옆에 있는 동백이 생각나곤 한다.
제 철에 피는 산당화가 예쁜 곳을 한 곳쯤 챙겨두고 싶다.
꽃들을 모두 제각기 바라보는 곳이 있다.
모든 꽃이 한곳으로 시선을 모으진 않는다.
스치다 보면 그 중에 내게 오는 시선도 있으리라.
11 thoughts on “산당화”
꽃은 피네요.
제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꽃은 피네요.
예전 여수에 있을 땐 오동도에 가는 때를 맞추지 못하면
동백꽃이 떨어진 모습만 줄창 보다오곤 했습니다.
그때 꽃도 이쁘게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수 그곳의 동백 찍으러 언제 한번 간다간다 하면서
여지껏 못가고 있습니다.
동원님 블로그에 오면 식물원에 대신 온 듯한 느낌.. 좋네요.
플라치도님 만나셨던데, 참 좋은 분이시죠?
동원님과 플라치도님의 사진을 ‘여기저기’서 보고
저도 같이 뵙고 싶은 마음에 부러워했네요.
너무 좋아서 그날 밤을 새고 말았죠.
저랑 같은 해에 대학에 입학했더라구요. 플라치도님이 미문화원방화사건으로 붙잡혀 갔을 때가 제가 2학년 때였어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이죠.
그 시절은 참 엄혹한 시절이었어요. 자본론을 갖고 다니다 걸리기만 해도 감옥엘 가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시절이 불과 30년전이라고 생각하면 놀랍기까지 해요.
그렇지만 사실 그 시절에 운동하던 사람들이 그 뒤로 많이 변했어요.
전 그 사람들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긴 했지만 또 실망도 많이 받았죠.
근데 아직도 그때의 꿈을 그대로 품고 자기 길을 가고 있는 분이니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을 수밖에요.
그날 저는 술좀 했지요.
살다보면 다함께 모여 술한잔하는 행복한 자리가 또 생기겠지요, 뭐.
많이 사랑하고, 자유롭게 사시길.
아마도 그게 그때 싸웠던 분들이 꿈꾼 세상일 터이니 말예요.
잘 생각해보니
‘자유롭게 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 말 같은데…
몇 분간 생각을 해봤네요.
어쩌면 너무 자유롭게 살아서 그런말을 안들어봤는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요즘 어떻게 사나.. 뭐하러 사나..하는 생각.
‘자유롭게 살라’는 말 참 의미 깊은 말인 듯 합니다.
지금껏 젊어서 그렇게 살았다면,
나이를 더 먹어서도 그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각해보면 플라치도님이 가장 자유롭게 사시는 분일지도 몰라요. 누구도 눈치보기 어려운 돈의 압박을 뿌리치고 낮은 곳으로 가서 가난한 자들하고 함께 하니까요. 그건 정말 진정한 자유인만이 할 수 있는 일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러면서 또 남들을 구속하지도 않죠. 함께 하는데 편하고 좋더라구요.
자유가 확장되는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하나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 필요하고, 또 하나는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 없으면 자유를 위해 싸워서 자유로운 세상을 만든 사람도 세상이 허망하게 될 거예요. 난 싸움과 노래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예요. 플라치도님과 전인권이 같이 가야 하는 거죠. 우리 다음에 만나면 다 함께 노래 불러요.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두 팔을 벌리면서 말예요. 그리고 부산이나 서울 거리 한번 행진하면 그게 세상사는 맛이 될 거예요. 그날 플라치도님 덕분에 잠깐 그런 행복을 누렸죠.
나중에 함께 행진합시다.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과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 모두 다 함께.
사진 참 좋다 하고 생각해보니 제가 좋아하는 색이 다 들어있어요.
가지의 색하며.. 바닥에 살짝 보이는 흙색깔… 잎색깔…뒷배경… 꽃잎색깔…
여러장 찍으셨으면 몇장 더 보여주심 안될까요?
어린이대공원까지 갈수는 없고…
최근 들어 가장 맘에 드는 사진이에요…..아우…. 정말 곱네요..^^
사실은 저도 최근에 찍은 사진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이 꽃 주변을 한 열번은 돈 것 같아요.
온실 가운데 놓여있었거든요.
원래는 매년 들어가는 입구쪽 벽으로 놓여있었는데 올해는 자리를 옮겼더군요.
반대편으로 들어가서 찍고 싶었는데 아저씨가 작업중이어서 그러지는 못했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낼만 했네요.
너무 예뻐요. 눈물날 정도로…
고맙습니다. 사실 가로로 자리잡은 사진이 더 보고싶었어요..
다섯 장 꽃잎들이 대게 봄에 피는 꽃들인 것 같지요.
매화, 복사꽃, 벚꽃, 모과꽃, 산당화…
있는 듯 없는 듯, 저만치 피어나는 꽃들,
진한 향기를 드러내지 않아도 소박하고 조촐한 봄꽃들이 마음에 닿아 옵니다.
화려하기 보다는 화사한 느낌의 명자꽃, 참 이쁘네요.
특히 요즘은 매화가 한창이예요.
향기 좋더군요.
남쪽은 벚꽃도 활짝피었는가 봐요.
안타깝게도 일이 지지부진이어서 어디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있어요.
오늘 내일 몰아서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