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동쪽 끝에서 살다보니
사진찍으러 다니는 곳도 주로 이 근방이다.
자주 가는 곳들을 손에 꼽아보면
가장 먼저 첫손가락을 접으며 그 이름을 입에 올리게 되는 곳이
화양리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이다.
언제가도 사진찍을만한 것들이 있다는 것이 그곳의 매력이다.
놀이동산의 풍경은 지켜보기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봄이 가까워지면 내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그곳의 식물원이다.
아직 겨울 날씨의 끝자락이 쌀쌀하게 남아있는 3월 11일 수요일 오후에
그곳 식물원의 동백이 생각나서 카메라를 챙기고 그곳을 찾았다.
많이 찾은 곳이었는데도
여전히 갈 때마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출만한 것들이 있다.
이것저것에 눈맞추고 사진을 찍었다.
알로카시아 잎.
온실에서 자란 것이라 그런지 잎이 엄청나게 크다.
잎의 한쪽이 아주 심하게 곡선을 그리면서 휘어지고 있다.
왜 이렇게 잎의 한쪽이 깊게 파였어?
-바람의 항구지.
바람이 지나가다 잠시 쉬었다 가지.
내 잎의 푸른 품에서.
온실이라 바람이 없는데도 간간히 잎이 약하게 흔들렸다.
귤나무에 핀 귤꽃.
귤이 많이 나기로는 제주도이니
귤꽃은 제주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제주에 갔을 때는 귤꽃은 못보고 귤만 보았다.
제주의 귤꽃은 5월경에 핀다고 한다.
귤꽃은 지금은 없어진 남산식물원에서 처음으로 보았었다.
귤꽃의 꽃몽우리.
꽃을 향하여, 아니 귤을 향하여 전진이다.
꽃이 그냥 제자리를 지키다 지는 것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가을에 영글 과일을 향하여 달려나가는 것이었구나.
긴잎끈끈이주걱.
네가 꼬드기는 죽음의 유혹은
너무 끈적끈적해.
꽃기린.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가시밭에서 꽃을 들고
가시밭길도 마다않을 당신을.
선인장 은세계.
가시에서 증오를 보지 말라.
선인장의 가시는 가시밭길이다.
때로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괭이밥
우리는 이 풀을 가리켜 고양이 시금치라고 불렀다.
시금치랑은 아무 관계가 없으며,
단지 그 잎을 따서 먹으면 시큼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금치는 시큼한 풀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다.
고양이란 말은 아마도 고양이가 이 풀을 먹는다고 보았거나
작은 꽃에서 고양이를 연상하여 그리 부르게 되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강원도 영월에서 자랄 때
우리는 이 풀을 고양이 시금치라고 불렀고,
몇번 이 풀잎을 따서 먹어본 적이 있었다.
백합과의 알로에티크르미.
공포의 외인 구단에 나오는
까치 머리 비슷하다.
선인장 귀면각.
당신에게 가는 길은 하나 둘이 아니다.
어떤 길은 당신에게 곧장 가고,
어떤 길은 아주 구불거린다.
그리고 어떤 길은 그 중간이다.
그러나 어느 길을 택해도 쉽고 편한 길은 없다.
당신에게 가는 길은 어느 길로 가든 가시밭길이다.
-이런 바보, 골짜기로 오면 되지.
긴잎끈끈이주걱.
내가 꼬드기는 죽음의 유혹이 끈적끈적하다고?
아니, 천만에.
내 품의 죽음은 아주 투명하다.
난 내 품의 모든 죽음을 스르르 녹여서
투명하고 말간 죽음으로
마지막을 마무리해 주신다.
10 thoughts on “능동 어린이대공원 식물원에서”
긴잎끈끈이주걱이란 식물은 예쁜 조명을 켜둔 느낌이네요. 신기해요~ ^^
조심하세요. 그 미모에 넘어가면 큰일나요.
하하 저두 엊그제 다녀왔었는데 식물원은 안들어가봤어요 헤헤헤
다음에 잔디에 배깔고 누워서 뒹굴어야겠어요(;?;)
지루치님 잔디위에서 마구 굴리면서 놀고 싶어지네.
얼굴이 동그라니까 잘 구를 것 같은 느낌이… ㅋ
200원짜린데 사주지 그랬어..ㅋㅋㅋ
나중에 200만원짜리 카메라 물려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ㅋ
이야^^ 사진도 멋지고,
동원님 상상마당글도 잼나요.
식물원 한바퀴한듯 즐거웠어요!
옆에서 요즘은 완전 식물도감이라고 또 한마디 하는 군요.
어제도 산에 가서 꽃들을 찍다가 왔습니다.
사이버 식물원이라도 하나 차려야겠어요.
괭이밥이 ‘고양이 시금치’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군요. 뿌리 하나에 엄청난 식구를 불리는 괭이밥은 번식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작고 앙증맞은 노란꽃이 고양이 눈처럼 반짝거리네요.
또다른 이름은 아니고 그냥 제가 자란 영월의 사투리 아니었을까 싶어요. 어릴 때 길가에서 많이 보았었죠. 어린 시절의 꽃을 다시 보니 반갑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