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산새마을로 나물캐러 가다

매년 봄, 아는 사람 잘 둔 덕에 큰 호사 하나를 누리고 있다.
바로 사람들을 모아 승재씨의 아버님댁으로 우르르 놀러가는 것이 그것이다.
그녀가 특히 좋아한다.
나물캐는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5월의 첫째주 토요일인 5월 2일에 그곳으로 나섰다.
여느 해처럼 순일씨네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해주었고,
서재석, 박영수씨 부부가 새로운 얼굴로 신선함을 더해 주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잠깐 쉬었는가 싶었는데
아침 시간이 저녁으로 저물어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가장 먼저 캔 것은 취나물.
취나물 캐고 나서 식사 자리가 마련되자 아버님이 고기를 구워주신다.
우리들이 하겠다고 했지만
아버님은 놀러온 손님들은 주인 말을 잘 들어야 한다며
들어가서 마음놓고 먹으라고 했다.
그러나 아버님은 바깥에서 사온 고기를 구워준 것은 못내 아쉬워했다.
아버님의 즐거움은 아들 친구들이 놀러오면
몸소 키운 닭들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며칠 전 그 닭들을 팔아버렸다고 했다.
우리는 몇번 놀러오면서 그때마다 그 닭 얘기를 들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맛은 보지 못했다.

Photo by Kim Dong Won

집앞의 화단에 심어놓은 꽃잔디.
손을 대보았더니 잔디처럼 폭신폭신하다.

Photo by Kim Dong Won

순일씨의 딸 하은이가 노란꽃으로 화관을 만들었다.
머리에 쓰기는 이웃집에서 놀러온 아이가 썼다.
언젠가 토끼풀꽃으로도 예쁜 화관을 만들더니
역시 하은이는 화관 만들기의 재주가 놀랍다.

Photo by Kim Dong Won

식사하고 나서 아버님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셨다.
이곳에 들어와 전원생활을 하며 토끼며 닭을 기르기 시작한 뒤로
시중의 삼계탕은 절대로 먹지 않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아버님은 그 닭고기가 알에서 부화된 뒤 채 한달도 못되어 삼계탕 집으로 간다며
그건 닭으로 길러지는 게 아니라 닭으로 찍어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역시 아버님은 몸소 기른 닭을 우리에게 내주지 못한 것이 아쉬운 모양이다.
그러나 아버님 얘기 중에 압권을 장식하신 것은 어머님이셨다.
한참 얘기하시는 중에 어머님이 들어오시더니
옆집의 허사장이 놀러오란다고 연락왔다며 슬그머니 아버님께 말씀을 건네신다.
우리는 와하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님은 “그래, 내가 너무 오래 앉아있었다는 말이지?” 하시며 일어서신다.
아버님이 나가고 나신 뒤,
어머님께선 우리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노래 실력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아리랑”으로 시작하여 “금강산”으로 마무리해 주셨다.
노래부르시는 동안 어머님은 꾀꼬리셨다.

Photo by Kim Dong Won

어머님 공연이 끝난 뒤는 순일씨와 승재씨가 이었다.
풀어놓은 기타만 네 대.
끼어들 틈새를 노렸으나 둘이 줄줄이 이어간 노래 사이엔 틈이 없었다.
둘이 음을 맞추며 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두 사람이 친구란 것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Photo by Kim Dong Won

평상시엔 순일씨와 승재씨였지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동안,
우리에게 그 둘은 지미 페이지와 리치 블랙모어였다.

Photo by Kim Dong Won

나물뜯고 식사하고 노래하는 동안 시간이 성큼성큼 간다.
아이들은 토끼, 염소들과 놀았다.
옆방에선 병아리의 삐약대는 소리가 요란했다.
설겆이 하는 동안 나는 자리를 쏙 빠져나와 집 뒤쪽의 산에 올랐다.
작은 열매 하나 눈길을 끈다.
날개는 폈는데 하늘로 향하지 않고 땅을 내려다보고 있다.
착륙을 준비하며 좋은 자리를 찾나 보다.
붙박혀 사는 것 같아도 알고보면 날아올랐다가 내려앉은 것이 나무이다.
나무와 꽃으로 날아올랐다가 씨앗으로 착륙한다.

Photo by Kim Dong Won

두번째로 찾아나선 나물은 고들빼기.
그녀도 호미들고 아버님따라 열심히 고들빼기 캐기에 나섰다.
곧 쌉싸름한 그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 산 나물을 먹을 때는 그냥 나물이지만
이곳에서 캐온 나물을 먹을 때는 산새마을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
나물을 캘 때 산새마을에서 보낸 추억도 함께 캘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산새마을의 나물은 그냥 나물이 아니다.
근데 아버님을 고들빼기라고 했지만
이게 고들빼기인지 씀바귀인지는 헷갈린다.
아무래도 씀바귀인 것 같다.

Photo by Kim Dong Won

냉이꽃들이 안개처럼 자욱하다.
내년 봄에 시간맞추어 일찍 한번 와.
냉이꽃들이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올해도 승재씨로부터 냉이 소식을 들었지만
결국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5월에야 산새마을을 찾았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취나물과 고들빼기, 돌미나리를 한보따리 캐왔다.

Photo by Kim Dong Won

나물캐는 사람들을 뒤로 남겨놓고 가까운 바닷가로 놀러갔다.
이웃집 아이가 팔랑개비를 들고 가장 먼저 바닷가로 달려나간다.
선착장 끝에 우르르 몰려있던 갈매기들이 모두 하늘로 날아오른다.
갈매기들에게 세상은 넓고 자리는 많아서
사람들이 몰려오면 주저없이 자리를 양보해준다.

Photo by Kim Dong Won

가족.
갈매기 가족들도 잽싸게 뒤로 날아들어 함께 찍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연인.
연인들이 사진을 찍자
이번엔 뒤쪽의 갈매기들이
사랑에 대한 환호가 되어주었다.

Photo by Kim Dong Won

승재씨.
혼자 있으면 가족이나 연인으로 묶이지 않고
그 이름으로 불린다.

Photo by Kim Dong Won

바닷가에서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느티나무의 품은 쉼터이자 놀이터이다.
정말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느티나무는 빵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다.
느티나무는 봄마다 잘 발효되어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푸른 빵이다.

Photo by Kim Dong Won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버님이 농촌 체험학습의 기회를 마련해놓고 기다리신다.
진표가 해보고 싶다며 잽싸게 비닐펴는 일에 동참했다.
다섯 고랑을 순식간에 모두 덮었고,
흙으로 비닐의 가장자리 덮는 일은 진표가 거의 다했다.
땅은 먹을 것도 내주고 또 아이에게 즐거움도 선물했다.
아버님은 비닐로 덮은 이랑에 고추를 심을 것이라고 했다.

Photo by Kim Dong Won

헤어지기 전에 모두 모여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던 아이들 중 하나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간다.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그 방목된 자유가 좋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산새마을을 떠날 때는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라는 말로
이별이 간단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올해도 예외없이 이제 가보겠다는 말을 하고도
떠나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항상 떠나는 것이 아쉬워
이별의 시간도 뭉그적대는 곳,
올해도 승재씨를 아는 사람으로 둔 덕에
그곳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오래 전에 우연히 맺어진 승재씨와의 인연이 고마웠다.

27 thoughts on “김포 산새마을로 나물캐러 가다

  1. 저 안녕하세용..
    산새마을 검색하다가 들어왔는데용…
    죄송한데 혹시 산새마을 가는 법 좀 알수 있을까용…
    나비로 찾아 갈거라…
    주소로 가르쳐 주심 감사하겠습니당…
    부탁드릴게용…

    1. 지연아, 그때 찍은 사진 가운데서
      네 사진 더 받고 싶으면
      댓글에 네 메일 주소 비밀글로 써놓으렴.
      비밀글로 쓰려면 댓글 쓸 때 영어로 secret mode 라고 되어 있는데 체크를 하면 된다.
      모르겠으면 엄마한테 물어봐.
      아저씨가 어린이가 들어올 생각을 못해서
      다 한글로 해놓질 못했구나.

  2. 전 그 닭 말이죠..
    올 핸 꼭 맛 볼 줄 알았어요
    매 주 엄청 잡아대던 닭이 글쎄 어찌
    씨암탉만 남았는지 ㅜㅜ
    우리 병아리는 성장 속도가 느려
    한 10월말이나 되야 해요.
    그 때까지 좀 기다려 주시고
    취나물과 쑥이 아쉽다는 제보가 들어 온 관계로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데 곧 날 잡죠.

    1. AI나 SI도 모두 속성으로 살을 찌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라질 못해 면역이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병이라는 얘기도 봤어요. 뭐든 먹는 것은 자연 상태를 벗어나면 안되는 것 같아요. 6개월이나 되야 제대로 성장하는 닭을 한 달도 안돼 상에 올리니 문제가 많을 듯 싶어요. 협의가 잘되길.

    2. 산새님 아워 재방송은 언젠가요?

      저는 닭고기에 대한 욕심은 별로 크지 않지만,
      그래도 대여섯 달 뒤인 10월말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
      조금 가혹한 것 같군요.

      껀수를 한 번 만들어보세요.^^

  3. 한 보따리 챙기느라 카메라 한번 안꺼낸 1인입니다.ㅋ
    해마다 들르는 산새마을에서 승재씨랑 순일씨 노래 듣고
    어머님 노래까지 들었으니 거의 산새마을행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지.
    나는 쑥을 못캤으니 한번 다 갈거얌~^^

    1. 한번 더 가야 할것 같아요..뭔가 아쉽다 했더니 보따리가 실하지 않고..한잔도 하는둥 마는둥 뭔가가 부족해요.
      다음에 가면 나물 뜯어서 바로 부침해서 먹게 해물이랑 도토리 묵 준비해서 가요..

  4. 지난 번 고려산 길과는 달리 흐렸지만, 길은 거의 안 막혔죠.^^
    여러 가족이 함께하니까 더 재미 있었구요.

    다 좋았지만 제가 느낀 하이라이트는:
    1. 마당 부뚜막에서 초벌구이해 취나물로 싸 먹은 고기
    2. 저녁으로 사 먹은 막국수
    3. 경계심을 늦추지 않던 염소녀석들과 갓난 토끼 새끼들

    1. 역시나 먹을거 ㅡ.ㅡ;;
      어머니의 꾀꼬리같은 노래는?
      전 갈매가 날아다니는 바닷가.
      새끼 염소, 여러가지 닭들과 뼝아리.

      와~ 꽃잔디.
      광각렌즈를 쓰셨나요? 사람들이 성형수술이라도 한듯한 얼굴이라^^

    2. 뒷산에도 올라가 봤어야 하는 건데 말예요.
      또 기회가 있겠지요, 뭐.
      항상 이런 나들이가 좋더라구요.
      저까지도 넉넉하게 품어주는 분들이라 제가 고맙기만 합니다.

    3. lami님 핵심포인트 팍팍 요점정리 원투쓰리 ㅎㅎ

      마당 부뚜막 막국수 염소에 밑줄치고 1번에 동그라미 치세요 ~ 하고 싶어져요.

    4. 그날의 하이라이트까진 아녀도
      사실 속으로 킥킥 웃게 만든 장면이 있었는데,
      점심상에서 시댁 어른들의 퇴장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시는 듯한 짚풀님 표정이었어요.
      인내가 꽤 필요한 순간이었죠.^^

      참, 점심도 그렇고 막국수까지
      홈그라운드 정신을 발휘하신 건 좀 심했어요.

      초대해 주시고 대접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5. 동원님..건강하셔야 합니다.히히
      iami님..참한 며느리로 둔갑하는 장면을 보신겁니다.
      초대와 대접 감사하다니요..별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포레스트님..자기집 비워놓고 남의집에서 노냐고 타박 할때가 됐는데..조용한걸 보니 또 어디 간겨 그만 댕기슈.

    6. 짚풀님/ 이젠 하루 놀면 이틀은 쉬어야 할까 봐요.
      이틀 연장으로 쉬었더니 오늘은 몸이 쌩쌩하네요.
      우리집 조만간 문 열어놓을테니 놀러오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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