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꽃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3월 20일 서울 상일동의 화원에서


여지껏 내가 여자인줄 알았지?
하지만 겉의 내 미모와 달리
나는 원래 남자였어.
내 턱에 빽빽이 나 있는 수염을 보면
아마 누구나 적잖이 놀라고 말거야.
그래, 난 남자였어.
하지만 내 속엔 여자가 살고 있었지.
수염난 턱을 아무리 악다물어도
때되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그 여자는
도저히 속에 눌러둘 수가 없었어.
결국 나는 남자를 버리고 여자가 되곤 했지.
하지만 난 처음에는 수염난 남자였어.
여자를 속에 가두고 살다
결국은 여자가 되버린 꽃, 그게 바로 나야.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3월 20일 서울 상일동의 화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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