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의 두물머리는 자주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곳이다.
계절마다 풍경이 다르다.
겨울엔 나무들이 가지만 앙상하게 회초리처럼 들고 서 있다.
봄이 오면 그 가지의 잎들이 나무를 연두빛으로 치장하기 시작한다.
여름엔 연꽃이 좋다.
갑자기 두물머리가 꽃동네가 된다.
가을에는 물론 단풍이 이곳을 빼놓고 지나가지 않는다.
자주 그곳을 나가면서도
사실 한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비닐하우스 쪽으로는
별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천주교의 생명 평화 미사에 가면서
처음으로 비닐하우스 쪽으로 걸음하게 되었다.
이곳이 팔당의 유기농 단지이다.
4대강 사업 때문에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의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보았다.
딸기를 기르고 있었다.
내게 있어 딸기라고 하면
가장 맛있었던 딸기는
어린 시절의 내 고향으로 그 연원을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동네는 사실 딸기 심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앞산에 놀러갔다가
가파른 사면에 일구어놓은 밭에서 엄청난 딸기를 발견했다.
잡초들과 뒤엉켜 있는 것으로 보아 심어놓고 잊어버린 듯했다.
누구네 밭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산을 한참 기어올라야 하는 그 밭에
어느 멍청한 동네 사람이 딸기를 심어 놓은 것인지.
물론 우리는 그 날 딸기를 원없이 따먹었다.
내 기억에는 그때의 딸기가 가장 맛있었다.
두물머리의 유기농 단지에서 하는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는
도시 사람들에게 딸기를 따서 직접 가져가는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
그냥 딸기를 사먹는 것보다 사실은 따서 가져가는 것이 더 비싸다.
연유를 물었더니 따면서 망가뜨리는 것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도시 사람들은 1만원어치를 따면 5천원어치는 망가뜨린단다.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에게 딸기 체험을 안겨주는
이러한 비닐 하우스가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비닐 하우스 주인은 자신들이 싸워야 하는데
주말에는 체험객들 맞아 장사하느라
4대강 사업 저지 미사에도 참가하지 못한다고 미안해 했다.
그러면서 대신 싸워주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며 차 한 잔 내주었다.
뭐든 자신들 반대편이면 좌파로 모는 고약한 습성을 가진 정권이기에
혹시 이명박 정권에서 이들 팔당의 유기농 단지도 좌파로 몰지 않을까 걱정된다.
봐, 거기 정부하는 일에 반대하더라니 역시 가보니 빨간 딸기를 재배하더라니까.
하도 황당한 정권이라 황당한 생각만 난다.
이곳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쫓겨나는 슬픔과 불행이 없었으면 좋겠다.
2 thoughts on “두물머리의 딸기 재배 비닐 하우스”
툭하면 임기 후에 끝내는 걸로 계획을 짜면서
유독 4대강은 임기내에 쫑을 내겠다는 심보를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4대강변에 알박기를 해놨을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합니다.
강가의 멀쩡한 숲을 다 파헤쳐 놓고 강을 살린다고 하니 이건 뭐 국민을 모두 눈뜬 봉사로 아는건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