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두물머리의
생명 평화 미사에 참석해보면
대개는 신부님들이 즐거운 유머를 선물하는데
4월 18일의 미사 때는 예외였다.
이 날은 “강동 촛불”이란 모임에서 회원들이 찾아와 미사를 함께 해주었다.
서울의 강동구를 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나도 강동구 주민인지라 적지 않이 반가웠다.
촛불 집회 이후로 그 열기를 계속 이어가자는 뜻으로 모인 사람들이란다.
회원은 5백명 가량되는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100명 가량 된다고 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신부님과 회원들이 얘기를 나누었다.
신부님이 묻는다.
“그래 모여서 주로 뭘 하나요?”
회원 중의 한 사람이 답한다.
“그때그때 주제가 다르긴 한데, 주로 MB 씹기죠.”
신부님이 다시 묻는다.
“그래 잘 씹히나요?”
그 답은 이렇게 나왔다.
“잘 안 씹힙니다. 어찌나 질긴지요.”
회원 중에 텔레비젼에서 자주 본 얼굴이 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텔레비젼에서 자주 봤다고 했더니
옆에서 이렇게 소개해준다.
“집회 및 시위 전문 배우입니다.”
그런데 사실 강론 시간에 신부님도 못지 않은 유머를 발휘하셨다.
신부님은 천주교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가
주교회의에서 결정된 것이란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주교님들이 천주교에선 위에 계신 어른들인데다가
다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으십니다.
그래서 정부가 하는 일에 ‘웬만하면’ 반대를 안하십니다.
거의 모든 일을 주교님들은 그냥 ‘웬만하면’ 통과시켜 주십니다.
그런데 ‘웬만하면’ 모든 일을 수긍해주시는 주교님들이
이번 일은 이게 ‘웬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계십니다.”
4대강 사업은 모든 일을 웬만하면 수긍해 주시는 주교님들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란 것을 웃음에 섞어서 알게 되었다.
신부님은 4대강 사업을
이명박의 탐욕과 거짓이 빚어낸 사업이라고 마무리해 주셨다.
사실 신부님 얘기 중에 가장 크게 마음에 남은 얘기가 하나 있다.
신부님은 이명박 정권과의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권과 싸우다 보면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특히 처자식을 가진 사람들은 더더욱 많은 것을 잃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 얘기 끝에 신부님은 자신은 처자식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자신은 이 싸움에서 잃을 게 없다고 하신다.
자신이 이 싸움에서 앞장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것이라 하신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 싸움에서 잃은 것은 하나도 없고
오직 얻을 것만 있을 뿐이며,
자신이 얻을 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이라고 했다.
신부님이 하느님의 뜻을 얻길 기도했다.
그 뜻에 편승하여 나는 이 땅의 자연을 그대로 얻고 싶다.
미사에 참가하기로 한 신자들이 길이 막혀 제 시간에 도착하질 못했다.
그러나 함께 해준 강동 촛불과 밀알 산행의 회원들로
어느 때 못지 않게 사람들이 많았다.
**이 날 미사에 함께 해준 강동 촛불과 밀알 산행의 카페 주소는 다음과 같다.
-강동 촛불의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gangdongcandle
-밀알 산행의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seoulnosamok
6 thoughts on “MB 씹기”
씹을수록 맛이 나는 게 우리네 먹거리인데
원산지가 일본이라서 그런지 씹어도 이내 내뱉게 됩니다.
포장만 화려했다는 걸 봉다리를 뜯고나서 알았습니다.
환불이 안 된다고 하데요. 된장…
원래 일본 식품이 깔끔하고 위생 관리도 잘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요건 아무래도 불량식품 우리 나라에 폐기 처분한 것 같습니다. ㅋㅋ
저 어렸을때 식구는 많고 먹을건 없고..
엄마가 궁여지책으로 마장동 우시장에서 버리는듯한 쇠심줄을 헐값에 사다가
볶아주곤 했는데 그 심줄보다 더 질긴것 같아요.
힘든 여건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애쓰시는 모든 분들..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유머는 반 MB 진영의 큰 힘이죠.
저도 낄낄거리면서 싸워 보려구요.
신부님 말씀마따나 주교회의의 결정은 조금 뜻밖이었습니다.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그 그룹은 모른 척하면서 지나갈 수도 있고,
가볍게 우려를 표명한다는 수사적 성명만 내도 본전은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사안이 웬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저도 그랬어요.
그렇지만 천주교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릴 때의 실천에서 다소 멀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있더군요. 좋은 신부님들 많이 알게 되어 그것도 이 미사의 행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