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머리에 인 달

Photo by Kim Dong Won
2010년 5월 16일 경기도 팔당에서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에 달이 떠 있습니다.
초승달인지 그믐달인지 알 수 없으나
달이 머리맡에
반짝이는 별을 이고 있습니다.
아직 하늘은 짙은 어둠이 삼키기 전인지라
푸른 빛이 하늘에 옅게 배어있습니다.
그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머리에 인 달은,
기어코 내 걸음을 멈춰 세웠습니다.

왜 일까요?
아마도 그 이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루카치가 답할 것 같습니다.

루카치가 말했었죠.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의 저서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항상 다니던 길이었지만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별과 달이 밝혀주고 있었습니다.

이상하죠.
훤히 아는 길도 별과 달로 열면
전혀 다른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루카치가 말하는 시대는 이미 가버린지 오래지만
여전히 별을 보고, 또 달을 보며 길을 가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그 길에서 잠시 행복했습니다.

**나중에 신문에서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위의 반짝이는 별은 금성이고 달은 초승달이라고 한다.
이렇게 금성과 초승달이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2 thoughts on “별을 머리에 인 달

  1. 팔당 강변의 달과 별이 보기 좋군요.
    근데 얼핏 보면 별 모양 부근은 불량화소처럼 보이기도 하고(^^),
    사진이 마치 국기처럼 보인다는 엉뚱한 생각을 잠시 해 봤습니다.

    1. 원래 이 정도면 삼각대를 세웠어야 하는데…
      그 놈의 귀차니즘 때문에…
      실제로 별이 불량스런 별이었는지도 몰라요.
      저렇게 달의 치장이 되려고 한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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