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밑에서

Photo by Kim Dong Won

하늘이 맑은 한낮에 그 밑에 서면
유리로 치장한 가로등의 얼굴에선 햇볕마저 머물 자리를 얻지 못한채 하얗게 반사되고 있었다.
햇볕은 따뜻했지만 금속성의 가로등은 그 느낌이 차가웠다.
그러다 밤이 오고
한낮 내내 하늘을 물들였던 푸른빛을 검은 흑빛이 모두 삼켰을 때
같은 자리에서 한낮의 가로등이
제 몸을 덮혀 따뜻한 빛을 내고 있었다.
낮에 받았던 차가운 느낌과 달리
밤의 그 따뜻함이 가로등의 속마음 같았다.
세상살이도 이와 같아서
혹 누군가의 속마음을 보려면
시간이 흘러 명암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할 지도 모른다.

Photo by Kim Do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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