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댐의 수문을 빠져나와 서울로 흘러가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산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남쪽으로 솟아있는 산이 검단산이고 북쪽으로 자리한 산이 예봉산이다. 검단산도 그렇지만 예봉산도 여러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그 중에서 이번에 직녀봉과 견우봉을 올랐다. 아는 분인 서재석 선생님 블로그에서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 얘기가 직녀봉으로 걸음을 이끈 계기가 되었다.
직녀봉에서 내려다 본 하남시쪽 풍경이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다리는 팔당대교이다. 자주 저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널 때 강의 위쪽으로 팔당댐이 보인다. 아마도 내가 가장 자주 건너다니는 다리일 것이다. 보통은 저 다리를 건너 두물머리로 가거나 양평쪽으로 나들이를 한다.
앞쪽이 가파른 절벽같이 느껴지지만 가까이 가면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고 뛰어내려도 멀쩡할만한 높이는 아니었다. 이상하게 아득하게 내려다보는 높이는 높을수록 보기에 좋지만 그 높이가 바로 발앞으로 놓이면 아찔한 현기증이 된다.
양쪽으로 마치 풍경을 열어주는 문처럼 두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나무에 잎이 나면 풍경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좀더 가까이 가 보았다. 맨앞쪽 가장자리의 바위가 아주 반듯하다. 앉아서 한참 동안 풍경을 가슴에 담아가기에 좋은 자리로 보인다. 비록 이곳이 직녀봉이긴 하지만 견우봉이 보이는 자리는 아니어서 직녀가 이 자리에서 앉아서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 견우가 팔당대교를 건너 이 자리로 오는 사람이라면 직녀가 앉아 목을 빼고 있기에는 가장 어울리는 자리이기도 하다.
앗, 누구세요? 혹시 이곳의 직녀? 직녀봉에 오른 기념으로 직녀삼아 그녀의 사진을 한장 찍었다. 직녀봉에선 누구나 자신의 견우에게 직녀가 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가 이 산줄기의 주봉인 예봉산이다. 오늘은 예봉산으로 오르지 않고 율리고개라 불리는 좀더 낮은 곳으로 방향을 잡아 걸음을 옮겨놓다 방향을 직녀봉쪽으로 틀어 이곳으로 올라왔다. 율리고개까지는 길의 경사가 완만했는데 그곳에서 직녀봉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다소 급했다. 직녀봉에서 보니 예봉산 정상이 상당히 아득하다.
직녀 소식 전하러 견우봉으로 내려왔다. 직녀봉이 저만치 보인다. 직녀봉에서 만났던 직녀도 내려오고 있다. 견우봉을 눈앞에 둔 막판에 바위들이 등을 내밀어 길을 내주지만 바위는 이상하게 등을 내주는데도 길이 더 험해지는 느낌이 난다. 길은 흙으로 덮여있을 때가 가장 부드럽다. 원래 등은 부드러운 법인데 바위는 불행히도 등의 그 부드러움을 갖고 있질 못하다.
견우봉에서 보니 예봉산이 더욱 아득하게 밀려난다. 이 산줄기의 멀리 뒤쪽으로 도심역이 있다. 그곳에 차를 세워놓은 뒤 산줄기를 타고 이곳으로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길 수도 있을 듯한데 천천히 걸으면 좋은 산행이 될 듯하다.
직녀봉과 달리 견우봉에선 두물머리쪽 풍경이 함께 눈에 들어온다. 두물머리에는 3개의 다리가 있다. 하나는 용문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전철이 다니는 철교이며, 또다른 하나는 원래부터 있던 자동차 다리이다. 이 자동차 다리는 폭이 아주 좁아 사람들이 걸어서 건너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또다른 하나는 옛날 도로를 버리고 양평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면서 강변으로 놓은 자동차 전용도로의 다리이다. 이 다리는 아예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되어 있다. 다리는 3개나 되지만 자동차가 없으면 전철타고 양수역으로 가거나 버스타고 양수리로 가야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다리 위에서 보는 경관이 아주 좋은 곳이지만 현재로선 그럴 기회가 없다. 현재 다리를 확장하고 있는데 그때는 아마도 사람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공간도 확보되지 않을까 싶다.
직녀봉과 달리 견우봉에는 돌탑이 마련되어 있다. 사람들이 직녀와 견우의 만남을 축하해 주려 했는지 돌탑의 맨 위에는 직녀와 견우로 보이는 돌 두 개를 마주 세워놓았다. 직녀와 견우가 키 차이가 상당히 났었나 보다.
이번에는 견우봉에서 팔당댐 방면으로 바라본 모습이다. 아래쪽의 산봉우리에 가려 팔당댐은 보이질 않는다. 이곳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에게서 예전에는 저 물에서 물놀이를 하며 놀았다는 얘기를 곧잘 듣곤 했다. 팔당댐은 댐 위로 차가 지나다닐 수 있다. 하지만 주말에만 이용할 수 있다.
한강 남쪽에서 예봉산을 마주하고 있는 검단산의 모습이다. 이렇게 한눈에 보니 산이 엄청나게 커보이고 산의 형세도 상당히 멋지다. 검단산도 여러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다. 검단산의 봉우리를 넘고 넘어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산행을 마무리한 뒤 내려온 적이 있었다. 그래도 오늘 견우봉에서 내려다보니 풍경이 좋기로는 여기만한 곳이 없는 듯하다.
새로난 길을 가까이 당겨보았다. 양평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예전의 길은 강변을 따라 휘어지며 흘렀는데 이 새로운 길은 4개의 터널을 뚫고 나와 강변으로 난 다리를 건넌 뒤 양평으로 곧장 이어진다.
멀리 남한강 줄기의 중간쯤에 하얀 섬이 하나 보인다. 봄철에만 하얗다. 새똥을 뒤집어쓴 나무들 때문에 하얀 색을 띈다. 저렇게 하얀 색으로 있다가 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원래의 나무색으로 돌아간다.
새로운 길에 있는 터널 4개를 모두 지나치면 바로 이 다리를 가장 먼저 건너게 된다. 다리 아래쪽으로는 옛날 길이 구불거리며 흘러가고 있다. 강변으로 소로처럼 휘어져 있는 길은 전철길이 새로 나면서 버려진 옛날의 철로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길이 되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워낙 붐벼 차댈 곳은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집에서 20분 거리지만 자주 찾지는 않는다.
직녀봉과 견우봉은 처음 올라보았다. 서재석 선생님이 일러준대로 정말 경관이 좋다. 내려올 때 샛길로 내려왔는데 길의 경사가 매우 급해 많이 고생했다. 다음에 가면 그냥 산등성을 타고 사진에서 보이는 마을로 내려가서 버스를 탈 생각이다. 그러면 차를 세워둔 팔당역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샛길로 내려온 끝자락에서 만난 진달래와 생강나무는 내려온 길에 대한 후회를 접어주기에 충분했다.
4 thoughts on “팔당의 직녀봉과 견우봉에서 내려다 본 세상 풍경”
정말 전망이 좋군요. 날이 참 좋았었나봐요.
전 힘들어선가 제대로 감상을 못했구나 싶어요.
벌써 두달전쯤의 일이 되었네요.
저 연두색 옷 입은 직녀님 포즈 좋구요^^
그래도 두 분이 먼저간 걸음이 저희 걸음을 이끌었어요.
천천히 쉬엄쉬엄 갔어요, 저희는.
오래간만에 산에 가서 그런지 마냥 좋더라구요.
두 분이 함께 견우-직녀 놀이를 하셨군요.
직녀의 투덜거림은 없었는지요?^^(저도 저희 직녀와 간 적이 있어서리..)
직녀봉 이름이 예뻐 올랐다가 큰 감흥은 못 받았는데,
견우봉에 올라 내려보이는 사방 경치에 반했습니다.
주말에 진달래와 생강나무 보러 가야겠습니다.
근데, 새가 똥을 얼마나 싸대길래 섬이 온통 뒤집어 썼을까요?ㅋㅋ
견우봉이 훨씬 전망이 좋더군요.
생강나무는 몰라도 진달래는 아마 풍성하게 보실 듯 싶어요.
견우봉 아래쪽 산자락의 진달래가 아주 좋더라구요.
먼저가신 길을 따라가니 아주 편했습니다.
새똥으로 하얗게 되는 섬은 매년 그런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