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물의 단단한 부력이다. 물은 원래 제 품으로 오는 것들을 그 품에서 둥둥 띄워주는 힘을 갖고 있었고 우리들은 그 힘을 일러 부력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 힘은 대개 가벼운 것들을 위하는데 그쳤다. 배라도 있으면 무거운 것들도 그 힘을 누릴 수 있었지만 대개는 배들이 없었다. 삶이 무거울수록 물로 내려선 걸음은 곧장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겨울이 찾아든 냇물에선 물이 언다. 물은 얼면서 단단한 부력을 갖춘다. 겨울에 물이 어는 것은 그 단단한 부력으로 물로 뛰어든 돌을 가뿐하게 바쳐주기 위해서이다. 돌은 삶 자체가 무거움이다. 그러나 돌의 무거운 삶도 얼음의 부력 위에선 더이상 물 속으로 가라앉지 않는다. 얼음은 우리들도 그 위로 받아준다. 하지만 아직 우리들을 받아주기에는 부력의 두께가 너무 얇다. 조금더 부력의 두께가 두터워지면 우리들도 얼음판 위로 얼마든지 설 수 있다. 그리고 투명한 그 부력의 아래쪽으로는 물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얼어붙은 겨울의 시내에서 물은 단단한 부력을 받쳐들고 아주 낮게 흐른다.
어릴 적 우리는 겨울철에 얼음판 위에만 서면 좋았다. 수영을 못해 여름철의 시내에서 냇가만 맴돌던 아이도 겨울이 되면 얼음판 위에 설 수 있었다. 우리는 얼음판 위를 하루 종일 미끄러지면서 놀았다. 얼음은 어떤 무거운 삶도 받쳐주는 단단한 부력을 갖고 있었다.
겨울은 춥다. 날씨가 가라 앉을수록 가난한 삶은 더욱 무겁게 가라앉겠지만 그러나 얼음의 부력도 그와 함께 더욱 단단해진다. 이 겨울 무겁게 가라앉는 삶을 안간힘으로 떠받치려 추울수록 얼음은 두꺼운 부력으로 점점 더 단단해진다. 곧 강도 얼어붙을 것이다. 그러면 여름철 배로만 건너던 강을 맨몸으로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얼어붙은 냇물과 강은 단단한 부력으로 우리들을 떠받치고 봄으로 간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릴 적 우리는 얼어붙은 내와 강에서 놀면서 얼음의 부력을 타고 봄으로 가고 있었다.
2 thoughts on “얼음의 부력”
앗! 헤엄 못 치는 어릴적 제 놀던 모습을 관찰하고 계셨군요.
그땐 그게 부력 덕인지도 몰랐는데 말이죠.^^
오늘 아침에 약수터에서 물 떠왔는데, 바깥날씨 제법 매섭더군요.
이런 날씨가 열흘쯤 지속되면 강도 꽁꽁 얼 것 같은데요.
간만에 경춘선 전철타고 교외로 나가보았는데 한적한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괜찮더군요. 여기저기 파헤쳐 놓은 곳이 많았지만 그것들 피해서 놀다가 왔어요. 작은 하천들을 모두 청계천식으로 가져가는 것 같아 씁쓸한 구석도 있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