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많은 사람들이 아침 해를 보겠다고
어딘가에 가 있을 것이다.
해는 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뜨지만
사람들은 사는 곳의 해를 마다하고
항상 해뜨는 것을 보기 위해
먼길을 마다않고 어느 곳인가를 찾아간다.
날이 밝기전 창을 열고 기다리는 것으로
맞을 수 있는 것이 아침 해인듯 한데
사람들은 그 해를 맞기 위해 먼길을 떠난다.
왜 그런 것일까.
그 답을 찾아보려
그동안 찍은 사진 가운데서 아침 해를 골라보았다.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길이었다.
그녀와 아이가 내 곁에 있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모두가 눈을 부비며 남해금산을 올랐고
한뼘쯤 떠오른 해는 부신 눈빛으로 우리는 반겨주었다.
남해 바다의 아침 해였다.
다시 또 가족과 함께한 여행길이었다.
이번에는 처제의 딸도 동행했다.
태백산을 오르고 동해로 넘어간 다음 날이었다.
동해의 아침 해였다.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이 수안보에서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의 작은 야산을 올랐다.
산꼭대기에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침 동이 트고 있었다.
산과 산이 중첩되는 그 끝으로 해가 떴다.
고향 영월에서 고향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그녀와 아이가 나와 함께 내려갔고,
막내 여동생과 첫째 여동생의 아들 승현이도 함께 했었다.
모임이 끝나고 속초로 넘어가 속초 해변의 콘도에 묵었다.
다음 날 해변에서 아침 해를 마주했다.
용산에서 밤열차를 타고 순천으로 내려갔다.
너무 일찍 도착하여
아직 벗겨지지 않은 순천만의 어둠 속에서
덜덜 떨어야 했다.
뻘밭 건너 산 위로 아침 해가 떴다.
해는 추위도 걷어가 주었다.
그녀가 동해 바다가 보고 싶다며
한밤중에 차를 몰아 미시령을 넘었다.
속초의 등대전망대 앞에 차를 대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아침 해가 휘장처럼 쳐진 구름 사이를 살짝 벌리며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와 함께 일찍 두물머리로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동해의 아침 해와 달리
두물머리의 아침 해는
산 위에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강변에서 맞은 해였다.
승재씨와 함께 석모도로 여행을 갔었다.
하룻밤을 승재씨의 친척집에서 묵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근처의 산에 올랐다.
안개가 짙게 낀 날이었다.
해는 안개의 바다를 헤엄쳐 우리 곁으로 왔다.
전에 한번 혼자 올랐던 적이 있는 여수의 보리암을
그녀와 함께 올랐다.
구름이 길게 동쪽 하늘에 낮게 띠처럼 둘러져 있었고
해는 그 띠의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보리암에서 만난 해는
빛의 주단을 바다에 깔고 우리 앞으로 달려왔다.
그녀와 함께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중청으로 갔다.
중청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대청봉에 올라 동해에 떠오르는 해를 맞았다.
해는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잉태한 붉은 하루처럼 솟아올랐다.
그녀와 함께 한밤중의 강원도 고갯길을 넘어 동해로 갔다.
양미리 구이를 안주로 술을 한잔 했고
파도소리가 밤새도록 머리 속을 들락거리는
속초의 바닷가에서 묵었다.
옆방의 남녀가 밤새 앓으며 사랑에 신음했다.
결국 다음 날 일찍 숙소를 나왔고
사진항을 지나다 바닷가에서 아침 해를 맞았다.
상당히 아래쪽에서 떴다.
딸이 일본가는 날이었다.
안개가 말할 수 없이 짙었다.
이른 비행기여서 들여보낸 뒤에도
바깥의 어둠이 여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상암동의 하늘 공원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어지러운 가로등을 피해가며 눈을 맞춰 주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친구와 함께
이른 새벽의 두물머리를 나갔다.
안개가 심해 세상이 온통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안개를 얇았으나 두께가 두터워
칠하고 또 칠한 안개의 세상은 하얗기만 했다.
흰 세상에 더욱 흰 해가 떠있었다.
그녀와 함께 며칠 동안 남도 여행을 했다.
진도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은 완도에서 묵었다.
그리고는 완도의 새벽을 뒤로 하고 청산도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배 위에서 섬들 사이로 얼굴을 내민 해를 보았다.
돌아보면 아침 해는 도처에 있었다.
산위에서도 해를 맞았고 바닷가에서도 맞았다.
때로 차창으로 맞은 경우도 있었다.
배 위에서 맞은 아침 해의 기억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어디를 뒤져 보아도
집에서 해를 맞은 기억이 없다.
아침 해를 맞는 날이면
집에서 가까운 두물머리로라도 나가 있었고
이른 시간을 달려 인천공항으로 나갔다가 돌아오고 있었다.
멀리갈수록, 더 높은 산을 오를수록
아침 해는 남다른 얼굴이었다.
사람들이 해를 맞으러 먼길을 달려가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는 곳엔
해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뜨는 해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린다.
해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새해가 오면
잃어버린 해를 찾아 먼길을 떠난다.
여행길의 미덕 중 하나도 그것이다.
우리는 여행길에서
우리들이 잃어버렸던 아침 해를 챙겨갖고 돌아오곤 한다.
사람들이 새해의 첫해를 보겠다고
멀리 떠나는 것은 사실은 잃어버린 해를 찾으러 가는 길이다.
아침 해는 해를 찾는 먼길의 끝에 있다.
8 thoughts on “아침 해”
대박…. 진짜 백만불짜리 포스팅이네요. 잔잔하게 감동이 오다가 제 앞에서 파도가 되어 한걸음 물러났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집 베란다에서 뜨는 해를 하나 찍었어요.
들쭉날쭉한 건물들 뒤로 뜨는 해.
역시 해는 동해로 보러가야 하는 듯.
완전 백만불짜리 포스팅이옵니다.
10여년에 걸쳐 새벽을 깨고 어둠을 헤치고 추위를 견디며 맞이한 소중한 아침해들이쟎아요.
저리 다양한 색으로 산과 바다를 밝히는군요.
함께 맞이한 풀님이 무지 부럽군요.
Happy New Year!
일출은 역시 동해인가 봐요.
동해에서 본 해돋이가 가장 많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요,
즐거움과 행복으로 한해를 가득 채우시길요.
동원님, 언니,..참 행복한 시간을 함께 해주셨어요
새해에는 더 많은 복과 더 많은 기쁨 속에서 행복만땅이시길 바래요
건강하세요!*^_^*
새해 첫날 눈이 살짝 뿌리네요.
아마도 좋은 한해가 될 것이라고 미리 축하하는 눈인가봐요.
올해 좋은 작품 많이 하시고, 하는 일마다 모두 잘 풀리길 빌께요.
건강은 기본으로 항상 챙기시구요.
작년 끝날과 올해 첫날을 풍성한 포토 에세이로 열어주시니
시공간 나들이가 즐겁습니다. 집에서 하는 해맞이는 저도 생소한데,
어느 날 좋은 새벽녘에 동으로 난 창을 바라봐야겠습니다.
사진찍어서 모아놓은 것이 쌓이니까
어떤 주제로 골라내는 것이 가능해진 것 같아요.
원래 저희 창에서 여름에는 해뜨는 것이 보이질 않는데
겨울에는 해뜨는 것이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집에서 맞는 해맞이 한번 해볼 생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