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그녀가 김장을 하고 나더니
남은 무우청으로 시레기를 만들어
집안에 걸어놓고 싶어했다.
그 때문에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시레기를 엮어야 했다.
어릴 적엔 볏짚이 사용되었지만
이 도시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없어
그녀가 내준 노끈 세 가닥으로 엮어야 했다.
엮어선 뒤쪽 베란다에 매달아 놓았다.
해를 넘기면서 잘 말라가고 있다.
옆으로 가면 제법 시레기 냄새가 난다.
중간에 다시 무우를 사다 음식을 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 생긴 무우청은 빨래처럼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어릴 적의 옛방법 못지 않게 괜찮아 보였다.
보통 시골에서 시레기는 집 바깥에 내걸린다.
때문에 얼며 녹으며 봄까지 가곤 했다.
그러면 그냥 무우청과는 다른 맛이 났다.
보통 그늘에서 말렸기 때문에
햇볕이 준 맛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시레기는 많이 보았다.
굳이 시레기가 맛을 얻었다면
그건 바람에게 얻어낸 맛이 아닐까 싶다.
바람이 없는 도시의 베란다에서
조용히 말라간 시레기의 맛은 어떨지 모르겠다.
간간히 약간씩 바람이 새어들기도 하니까
그래도 맛이 난다면 그건 바람이 주고간 맛일 것이다.
2 thoughts on “시레기의 맛”
포님이 바지런하시니까 이런 추억도 건져내시네요.^^
음식이 햇볕이 아니라 바람이 준 맛이라는 게 신기하네요.
햇볕 외에 눈과 바람이 맛을 나게 한다는 집안의 황태 덕장을 보는 것 같겠습니다.
시레기가 바람에 날리면서 밤새 버석거리는 소리를 듣곤 했거든요.
아마도 그 영향 같아요.
그늘의 처마밑에 달아놓곤 했었는데
요즘은 다들 줄에 빨래처럼 걸어놓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