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전남 고흥에 잠깐 내려간 적이 있었다.
하루 만에 올라오는 일정이라 바닷가를 돌아보진 못했다.
하지만 올라올 때 벌교에 들를 수 있었고,
그곳에서 새조개와 벌교 꼬막을 원없이 맛볼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된 사실이 하나 있다.
꼬막은 입을 벌릴 때까지 삶아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내가 맛본 서울의 꼬막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고
그 안에 든 꼬막의 속살 위에
양념 간장이 얹혀져 있었다.
벌교 사람들은 그렇게 입이 벌어지도록 삶게 되면
맛이 다 빠져나간다고 했다.
때문에 꼬막을 맛있게 먹으려면
더운 물에 살짝 씻듯이 데쳐서 건져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양념 간장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
며칠전인 1월 28일에 다시 고흥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이번에도 하루 일정이라
풍경좋은 남도의 바닷가를 구경할 기회는 거의 갖지 못했다.
그렇지만 다행이 올라오는 길에
다시 벌교에 들를 수 있었다.
몇년전 들렀던 바로 그 길가의 시장이 지금도 그대로였다.
주저없이 벌교 꼬막을 샀다.
사가지고 온 꼬막을 그녀가 정말 벌교식으로
물에 살짝 데치듯이 삶아주었다.
하나 같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먹을 때마다 숟가락으로
녀석의 엉덩이를 한번 쓰다듬어 주어야 했다.
그것도 몇년전 벌교에서 배워온 방법이었다.
그러면 꼬막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벌교 꼬막이 입을 열면
그 안엔 꼬막의 속살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생생한 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하나 먹을 때마다 바다맛이 났다.
먹을 때마다 한잔 걸치면서
세 끼를 벌교 꼬막으로 배를 채웠다.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두 끼를 먹고 나면 좀 질리게 마련인데
좀 넉넉하게 사왔다면 한 다섯 끼까지는 계속 먹을 수 있을 듯 싶었다.
벌교 꼬막이 입을 벌리면
그 안에서 쏟아지는 맛은 꼬막맛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있는 그곳 남도 바다의 맛이다.
6 thoughts on “벌교 꼬막”
겁나게 맛나보이는구만이라..ㅋㅋ
옆에 생합 국물 만들어놓구 마셔감서 먹으면 오늘같은 날은 정말 딱이겠어요.
손이 곱아서 일이 진행이 안돼요~~~ ㅜㅜ
아이맥 싸들고 집으로 들어가요.
그녀도 집에서 일하고 있어요. 사무실 너무 춥다구.
집은 보일러도 거의 돌리질 않는데 추위를 모르겠어요.
벌교를 한번 또 내려가던가 해야 겠어요.
2만원어치 사왔는데 좀더 사올걸 그랬나 싶더라구요.
추르르 쩝~ 먹고시퍼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인천으로 몇년간 출퇴근 하셨었는데
게랑 꼬막을 자주 사오셨어요.
꼬막은 이렇게 살짝 삶아서 먹던 그 짭쪼름한 맛이 그리워 꼬막 파는데 지날 때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한 번도 못샀거든요. 어찌 닦아서 삶아야 할지 자신이 없어ㅠ.ㅜ
올해는 벌교에 가든지 집에서 삶아 먹든지 꼭 먹으리라 다짐하고 갑니다~
껍데기 벌리는게 어려우면 저를 부르세요.
네 사람 정도 먹는 것은
함께 먹으면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듯 싶어요. ㅋㅋ
벌교에 가서 먹어도 껍데기는 까주질 않더라구요.
맛은 현지가 최고죠.
저는 서울 촌놈인지라 양념 간장 얹은 꼬막을 좋아합니다.
벌교 꼬막처럼 일일이 엉덩이 쓰다듬어 주는 건 거시기 쬐께 감질나서요.^^
그것도 기술인지 저는 많이 능숙해졌는데
그녀는 영 서툴기 이를데 없더군요.
그래서 제가 따주었죠.
이게 살짝 벌어진게 한두 개 있게 마련인데 맛이 빠져나가서
정말 양념간장 얹지 않고는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싱겁더라구요.
길이 많이 좋아져서 이젠 남도에 갈 때 고흥쪽으로 내려가서
둘러보는게 가장 좋은 듯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