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는 쓸쓸하다.
무엇인가를 보낸 빈자리는 더더욱 쓸쓸하다.
겨울나무의 빈자리가 쓸쓸해 보이는 것은
그것이 나뭇잎을 보낸 빈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알고보면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하는 순환의 고리에 얹혀있어야
인생이 인생같아지지 않을까 싶다.
너무 오래 채워두면
가득찼을 때의 충만한 기쁨에 대해 마음이 무뎌지고
너무 오래 비워두면
쓸쓸함이 깊어지다 병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적당히 시간을 두고
비우고 채우고를 반복하는 삶이 가장 좋은 삶이다.
11월초, 양수리에 나갔을 때,
나무는 단풍으로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우리들을 가을 정취로 물들여 주었다.
11월말, 다시 양수리의 그 자리로 나갔을 때,
나무는 이제 단풍잎을 모두 보낸 뒤였고,
텅빈 나뭇가지 사이로 자리한 것은 초겨울의 쓸쓸함이었다.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스산했다.
12월 중순, 눈이 왔다는 소식에
다시 양수리의 그 자리로 나갔다.
나뭇잎을 보낸 쓸쓸한 빈자리에 겨울눈이 하얗게 채워져 있었다.
11월말 나뭇가지가 비었을 때 함께 비었던 내 마음도 하얗게 채워졌다.
아마 눈은 몇번 더 내릴 것이다.
그러니까 겨울은 텅 빈 채로 봄까지 가는게 아니라
비워졌다 채워졌다를 반복하며 봄으로 갈 것이다.
삶이란게 비워졌다 채워졌다 한다는 것을
올해 가을과 겨울을 보내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지난 번 양수리 나가서 빈 나뭇가지를 보았을 때,
계절이 줬다 뺏었다 한다면서
줬다 뺏었다 하면 어디에 뭐가 난다고 계절을 놀려먹겠다고 했는데
그건 이제 취소다.
8 thoughts on “겨울은 비웠다 채웠다하면서 봄으로 간다”
검색하다가 우연히 김동원님 사진을 보게 되어 허락없이 링크 하였습니다. 불편하시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로그 주소는 제 이름클릭하시면 됩니다.
들러주신 거 고맙습니다.
사진은 사용하셔도 되구요.
어려운 시절 잘 넘기시길.
‘가만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한테 자기 방식대로 푸른 옷을 입혔다가
붉은 옷을 입혔다가 다 뺏었다가 흰옷을 입혔다가 뭐 하는 고야. 계절은 지멋대로야.
겨울 나무의 저 쓸쓸함이라니…’
저는 계절을 향해서 불평을 늘어놓고 싶었는데..
비우고 채우면서 봄의 풍성함으로 가는 신비로움을 생각하게 되네요.
저리 메마른 모습으로 한겨울 추위를 맞서고 있지만 겨울의 건조함 속에서도 물기를 모으고 모아 가지 끝가지 물이 오르는 몇 개월 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서요.
겨울은 비웠다 채웠다하면서 봄으로 간다!
오늘 강원도에 많은 눈이 온다고 했는데…
여기 날씨봐선 눈이 올까 모르겠네요.
외관상이나 미적 대상으론
채운나무가 아름다워 보이지만 빈나무는 더욱 자기 구조를
드러내는 비움의 매력이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더우기 눈으로 비움을 채워주니 자연의 순환은 너무 신비하네요.
우리도 이제 만나서 그간의 공백을 한잔의 술로 채워야 할 듯하다는 생각이…
예전엔 나무하면 봄에서 가을까지의 나무만 아름다워보였는데
이젠 겨울나무도 충분히 아름답게 여겨져요.
어쩌면 제일 강하고 멋진 나무일때가 겨울나무일때일거라는..^^
태백산 정상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있어요.
그래서 겨울엔 그곳의 눈꽃이 장관이죠.
올여름 소백산갔을 때 철쭉을 찍어갖고 오려고 했는데
그만 비가 와서 비만 쫄딱맞고 다른 사진에 만족했는데
올해는 태백산이 아니라 소백산가서 멋진 눈꽃 사진을 찍어올까 생각 중이예요.
겨울이 그렇게 쓸쓸한 계절만은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