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대교의 은하철도

Photo by Kim Dong Won
2020년 1월 21일 서울 송파의 한강변에서

잠실철교는 강변역과 잠실나루역을 잇는 다리이다. 다리를 셋으로 나누어 차도 다니고, 열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닌다. 그러나 철교라는 이름이 알려주듯이 이 다리는 열차를 위한 다리이다. 다리 밑의 한강변에 서면 차나 사람은 거의 보이질 않고 열차가 확연해진다. 낮에는 부정할 수 없는 잠실철교이지만 밤이 오면 다리는 현실을 어둠으로 지워 은하대교로 그 모습을 바꾸고 열차는 먼 우주를 횡단하여 지구로 도착하는 은하철도로 변신한다. 황혼의 붉게 물든 하늘이 그 채색으로 세상의 느낌을 신비롭게 바꾸는 날은 그러한 상상을 부추기는 데 더 큰 역할을 한다. 한 나라의 경계를 넘어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나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떠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상상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해준다. 가끔 잠실철교 아래쪽의 한강변으로 나가 밤이 오길 기다렸다 우주로 떠났다 돌아 오는 열차를 맞는다. 그날은 잠실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2호선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모두 은하대교를 건너 우주로 여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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