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31일 우리 집에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서 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물려받아 사용하고 있다. 집안 식구들이 모두 아이폰 사용자들이다. 식구 중에 대체로 4년 주기로 아이폰을 교체하는 사람이 나온다. 그러면 그 사람의 아이폰이 내 차지가 된다. 그러니까 우리 집의 아이폰은 기종이 4년 차이를 보인다. 나는 물려받아 사용하기 때문에 기종이 가장 옛날 것이다. 대체로 8년전 모델이다. 다른 두 사람은 나보다 4년이나 8년을 앞선 모델을 쓴다.
아이폰 모델은 우리 집에서 내 아이폰이 가장 옛날 모델이지만 에어팟은 정반대이다. 내가 가장 최신의 모델을 쓴다. 에어팟 프로의 2세대 모델이 나왔을 때 출시하자마자 손에 넣었고 3세대 제품도 나오자 마자 거의 곧바로 구입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5개월 무이자 할부덕에 곧장 구입이 가능했다.
이번 에어팟은 동시 통역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아이폰에선 통역 기능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 이유가 내 아이폰이 너무 오래 되어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아이폰 XS가 더 이상 iOS 업그레이드가 안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iOS는 아이폰의 시스템이다. 최신의 iOS는 26 버전이지만 내 아이폰은 18 버전에서 iOS 업데이트가 멈췄다. 나는 에어팟의 동시 통역 기능은 iOS 26에서만 지원하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사실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안될만큼 아이폰을 오래도록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바꿀 때가 되었는데 여전히 예전 아이폰을 그대로 사용중인 그녀의 상황이 이런 사태를 가져왔다. 4년 전에 기변을 했어야 할 그녀가 아이폰을 바꿀 생각을 않고 있었다. 경제 상황이 안좋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도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안되는 아이폰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처음으로 겪으면서 그녀에게 아이폰 교체를 꼬드기게 되었다. 꼬드김은 효과가 있어서 그녀가 상황을 이리저리 재보더니 이제는 교체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하여 결국은 교체를 하기로 했다. 원래 그녀는 올해 가을 새제품이 나오면 교체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막판에 또 변수가 생겼다. 이게 들여다 보니 통시 통역은 애플의 인텔리전스 기능을 지원하는 아이폰에서만 되는데 그게 되는 기종은 아이폰 15 프로 이상이라고 했다. 그녀가 아이폰을 바꾸고 그 아이폰을 물려 받아도 동시 통역은 어림도 없었다. 우리 집에는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지원하는 아이폰이 한 대도 없었다. 그녀에게 아이폰을 교체하지 말라고 말했다.
누군가 아는 이가 내게 아이폰을 사줄까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워낙 비싼 제품이라 괜찮다고 했었다. 그 생각이 나서 그때 사준다고 했던 아이폰이 아직도 유효하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곧바로 문자가 왔다. 아이폰이 곧 배달될 것이라는 문자였다. 그래서 누가 사주는 아이폰 17을, 그것도 새 아이폰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에 앞서 케이스가 먼저 왔다. 나는 아이폰 17이 필요할 때 그 아이폰에서 쓸 에어팟을 먼저 사고, 에어팟을 사고 나면 케이스가 그 다음에 오며 마지막에 드디어 아이폰이 오는 사람이다.
3월에 대만으로 여행갈 계획이다. 대만 사람하고 동시 통역으로 대화하며 돌아다녀 보겠다. 그런데 이거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그냥 아이폰의 번역 앱을 켜고 대화 모드에서 나란히 앉거나 서서 화면보며 얘기하면 동시 통역 되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에어팟의 동시 통역 기능을 이용하여 아이폰을 가운데 놓고 대화를 하면 재미나기는 할 것 같다. 동시 통역 기능이 에어팟을 부르고 에어팟이 불러다준 아이폰 17이 결국은 잦은 해외 여행을 불러 올 것만 같다. 때로 저렴한 것을 먼저 사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비싼 것이 뒤따라 온다.

2026년 1월 31일 우리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