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1일 우리 집에서
핸드폰 욕심은 크게 내지 않고 살았다. 항상 집안의 누군가가 핸드폰을 바꾸면 그 핸드폰을 물려받아 사용했다. 그동안 사용한 핸드폰은 아이폰 XS 였다. 2018년에 나온 기종이다. 딸이 4년 정도 사용하다 아이폰 14 프로로 바꾸면서 내 차지가 되었다. 배터리를 교체해서 아주 잘 사용하고 다녔다. 하지만 7년전의 모델이어서 아이폰 시스템이 18에서 멈추었다. 현재의 시스템은 26이다. 엄청나게 뒤쳐진 것 같지만 사실 18 다음이 26이다.
그렇다고 내가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욕심은 에어팟으로 향하곤 했다. 애플에서 나오는 무선 이어폰이다. 거의 최신의 것을 사 쓴다. 그 전에는 젠하이저의 제품을 썼었다. 슈어의 제품에 눈독이 가긴 했지만 제품 가격의 벽이 너무 높아 넘어가기 어려웠다. 이어폰에 대한 내 욕심은 그래도 에어팟에서 항상 최신의 것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이번에는 아이폰을 최신 모델로 손에 넣었다. 누가 사주었다. 고가의 제품이라 누가 사준다고 해도 부담이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그냥 받아서 챙겼다. 아이폰 17이 집으로 오고 기존의 데이터를 옮기는 작업으로 긴 시간을 보냈다. 페이스 ID를 설정하는 게 의외로 까다로웠다. 데이터를 모두 옮겨가는데 1시간이 걸렸고 은행앱은 모두 다시 인증을 해야 했다. 통장 번호를 모두 알아야 해서 번호를 찾아야 했다. 메신저 중에선 텔레그램이 옮겨가기 가장 어려웠다. 망할 앱이 인증 코드를 핸드폰의 문자로 보내질 않고 자꾸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텔레그램앱으로 보냈다. 바깥에 나가서 텔레그램을 켰다 알게 되었다. 결국 집에 와서야 제대로 설정할 수 있었다.
아이폰에 욕심을 부리게 된 것은 순전히 실시간 번역 기능 때문이다. 이 모델에선 실시간 번역이 된다고 했다. 실시간 번역은 에어팟과 연동이 되어 이루어진다. 내가 욕심을 부려 일찌감치 사서 사용하고 있었던 에어팟의 새로운 모델이 마치 실시간 번역을 위해 미리 구입해둔 셈이 되었다. 번역앱을 띄우면 새 아이폰에선 실시간 번역이라는 항목이 하나 더 들어온다. 기존에 내가 쓰던 아이폰에선 이 항목이 없다.
영어 강의를 하나 틀어놓고 실시간 번역으로 들어보았다. 정말 해낸다. 대충 맞는다. 이제 외국말로 하는 행사에 가도 대충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딸이 일본 유학파여서 일본어와 한국어로 설정을 해놓고 대화를 해보았다. 아주 빠르진 않지만 천천히 번역을 해낸다. 여행할 때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편리가 다 돈이긴 하지만 그래도 통역사를 데리고 다닐 때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거저라는 생각이 든다. 첨단의 기기들은 비싼 편리 같다가도 이 돈에 이 정도의 기능이면 저렴한 편리가 아닌가 싶어지곤 한다.

2026년 2월 1일 우리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