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 9일 베트남 다낭에서
파도를 앞세우고 밀려온 바다가 모래밭에 엎어져선 끊임없이 하얗게 선을 그었다. 바다가 말했다. 선이란 물거품 같은 거야. 그어놓아도 거의 아무 의미가 없지. 아침 산책을 하는 동안 무수하게 선이 그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어부가 선의 경계를 넘어가 배를 띄우더니 그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다 돌아왔다. 배가 가는 동안 그 바다에 배가 지켜야할 길은 따로 없었다. 배가 가면 어디나 길이었고 지나가고 나면 길은 곧바로 지워졌다. 바다는 길을 따로 구획하지 않았지만 항상 배에게 길을 내주었다.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 며칠 놀러간 베트남 다낭의 바다였다. 내가 사는 세상에선 선을 그어 완고한 경계로 삼고 오랜 세월 서로 오가지도 못하고 살고 있었다. 바다가 자꾸 우리의 세상에서 선을 지우라 지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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