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구름 위를 난다. 때문에 가는 동안 구름의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독특한 것은 우리가 항상 올려다 보던 구름의 세상을 내려다 보며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나는 타이베이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창에 담겨 있는 구름 세상의 풍경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사실 비행기는 물론이고 버스나 기차를 타도 나는 항상 그렇다.
착륙의 순간은 내가 찾아간 도시와 처음으로 대면하는 순간이다. 그 착륙의 순간도 특별하다. 언젠가 밤비행기를 타고 행선지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 밤이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밤의 도시는 건물들이 밝힌 빛을 반짝이는 별빛 삼아 나를 맞아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타이베이는 한낮에 도착했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 속에서
구름도 날고 싶다. 떠 있다와 날고 싶다는 다른 것이다. 구름은 떠 있고 비행기는 날아간다. 항상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구름도 저렇게 날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비행기 날개 구름이 생긴 연유이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 속에서
나는 한번도 북극에 가본 적도, 남극에 가본 적도 없다. 그러니 끝없이 펼쳐지는 설원을 본 적이 있을리 없다. 하지만 타이베이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 나는 구름이 펼쳐보이는 끝없는 설원을 보았다. 끝을 갖지 않는 눈밭이 우리의 머리맡에 있었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 속에서
눈밭은 살던 세상을 새롭게 바꿔 놓는다. 눈밭은 눈으로 덮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구름의 눈밭은 펼쳐서 이루어진다.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야 볼 수 있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 속에서
일본의 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로 첫문장을 시작한다. 그 첫문장을 가져다 쓴다면 비행기에서 본 눈의 세상은 비행기가 중력을 뿌리치고 높이 날아올라 국경을 빠져나가자 끝이 없는 눈의 세상이었다라고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 속에서
세상 모든 만물은 비슷한 무엇인가는 환기시킨다. 구름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백설기를 생각했고 하얀 솜을 떠올리기도 했다. 백설기라면 세상 모든 이들이 한입씩 나눠 먹을 수 있을 것이며 솜이라면 세상 모두가 이불 한채씩을 마련하여 따뜻하게 덮을 수 있을 것이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 속에서
비행기를 타면 세상을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의 세상으로 반반씩 나눌 수 있다. 비행기는 우리가 그 둘로 이루어진 세상의 사이로 슬쩍 끼어들게 해주었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가는 이스타항공 비행기 속에서
착륙을 앞둔 비행기는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구름이 안개처럼 창을 스치고 세상은 온통 하얗다. 이제는 안개가 몰려오면 구름 속을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 속에서
타이베이와의 첫 대면이다. 길 하나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고 있었고 초록으로 덮인 강변의 공원이 보기에 좋았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 속에서
비행기는 강을 너머 공항으로 들어간다. 높이를 높인 빌딩들 사이로 아직 낮은 높이를 고집하고 있는 지역이 인상적이다. 도시는 높이의 유혹이 심한 곳이다. 아직 이 도시는 높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곳이 많아 보였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 속에서
비행기가 강을 넘어간다. 타이베이의 단수이강이다. 가까이 보이는 다리는 타이베이대교이다. 나는 나중에 이 다리를 걸어서 넘었다. 처음 볼 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다. 여행에선 나중에 알게 되는 것들이 많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서
여행을 가기도 전에 익숙해지는 건물이 있다. 타이베이의 101빌딩이 그 중의 하나이다. 사진을 통해 무수하게 봤다. 타이베이의 명물로 알려져 있다. 쑹산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의 차창으로 그 빌딩이 보였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도쿄에 가면 스카이트리빌딩이 그 역할을 한다. 스카이트리는 전철을 타고 들어가다 보곤 했다. 스카이트리가 눈에 들어오면 그제서야 도쿄에 온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타이베이의 101빌딩은 비행기가 쑹산공항에 내리자마자 그 자태를 보여주며 방문객을 환영해 주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곧장 타이베이에 온 기분이 들었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서
보통은 어느 나라의 공항에 도착하면 그 나라의 국적기가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공항에 도착하면 온통 KAL이나 아시아나의 비행기들이다. 한국에 왔다는 느낌이 절로 난다. 그런데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선 JAL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일본인들이 많이 놀러오나 보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서
우리보다 우리의 짐이 먼저 내렸다. 하지만 우리는 공항을 나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입국심사서를 핸드폰으로 작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우리처럼 미리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이 10명 정도되었다. 옛날처럼 종이로 된 입국심사서를 나누어주질 않고 이제는 모두 핸드폰으로 신고를 하게 되어 있었다. 나와 보니 미리 나간 우리의 짐은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 짐찾는 곳의 한쪽으로 내려와 우두커니 서 있었다. 수화물 찾는 곳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트레이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와 우리를 기다리는 짐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사히 우리의 짐을 찾았다.

2026년 3월 21일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서
타이베이의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환영 문구가 좀 특이했다. 보통은 타이베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식으로 되어 있는 편인데 여기선 타이베이와 인사하라고 했다. 여러 나라의 말로 마련된 인사 중에서 한국말을 골라 안녕하세요 타이베이라고 인사를 건네며 입국했다.